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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귀갓길 책임지는 2인 1조 '노란 조끼' 대원들

등록 2022.10.02 08:00:00수정 2022.10.02 1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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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 도우미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동행 취재

평일 밤10시~1시 우범지역 순찰 및 귀갓길 서비스

이용자 "전 남친 찾아올까 두려워 벌써 세번째 이용"

실제 범죄현장 발견 10대 여성 성추행 피해 막기도

서울시, 전직 경찰 등 구성 안심마을보안관도 확대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한 여성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귀갓길 동행 서비스인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2.10.01. alpac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한 여성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귀갓길 동행 서비스인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2.10.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잠 푹 주무시고."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0분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골목길에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문이 무사히 닫히는 걸 확인한 후에야 두 중년 여성은 안심한 듯 숨을 내쉬고 등을 돌려 다시 어두운 골목길을 내려갔다.

돌아오는 골목길 바닥에는 '안심여성귀갓길' 문구가 적혀있었다. 드문드문 폐쇄회로(CC)TV가 눈에 띄었지만 골목은 여전히 어두웠고 인적이 드물었다. 8분 동안 골목길을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어두운 골목길이다 보니 불안함을 덜어주는 동행자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다. 손에는 번쩍이는 경광봉을 들고, 멀리서도 잘 보이는 노란 조끼와 모자를 착용했다. 이들은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비롯해 스토킹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 취약계층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두운 골목이나 외진 곳에 거주하는 이들이 불안감을 토로하는데, 인근 주민들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안심귀가 스카우트'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3년부터 '안심귀가 스카우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든 이용자 수가 주춤했지만, 2015년 23만3290건에서 2019년 35만955건으로 꾸준히 이용자가 늘었다.

이들은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월요일은 자정)까지 서울 곳곳의 우범 지역을 순찰하고, 여성·청소년 등 범죄 취약계층의 귀갓길에 동행한다. 직접 순찰 현장을 동행해보니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봉천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야근 등으로 늦게 귀가할 때면 스카우트 동행 서비스를 신청한다. 이씨는 "최근 안 좋게 헤어진 남자친구가 집 위치와 출퇴근 시간을 알고 있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늦은 밤 혼자 골목길을 올라갈 때면 항상 불안했는데,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 든든하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말했다.

스카우터 대원들은 범죄 취약계층의 귀갓길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모(64)씨는 "이용자 대부분이 여성인데, 대부분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느껴져서 대처법을 알아보다가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단순 동행이 아니라 실제 범죄 현장을 발견해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20일 오후 10시14분께 서울 금천구의 한 골목길에서 10대 여성을 강제로 껴안으려 한 60대 남성이 순찰 중이던 대원들에게 적발됐다. 대원들이 "아는 사이가 맞냐"고 묻자 A씨는 "술집에서 만난 사이"라고 해명했으나, 피해 여성은 자신의 나이를 6살이라고 하는 등 공포에 질려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대원 1명은 A씨 등과 대화를 지속하면서 시선을 돌렸고, 그 사이 다른 대원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귀갓길 동행 서비스인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순찰을 돌고 있다. 2022.10.01. alpac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귀갓길 동행 서비스인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순찰을 돌고 있다. 2022.10.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스토킹 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관련 서비스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부터 스카우트 대원 수가 줄어 자칫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 스카우트 대원은 2017년 443명, 2018·2019년 452명, 2020년·지난해 500명으로 꾸준히 늘었으나, 올해는 역대 최소인원인 340명으로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이용건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스카우트 대원의 수는 내년에도 비슷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스카우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이용건수 감소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력을 줄이게 됐다"며 "내년도 올해와 비슷한 340명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비스 이용시간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오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으로 일주일 내내 늦은 밤까지 근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주말 수요도 아직 파악되지 않아 주말 운영 확대 또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지난 4월 도입한 '안심마을보안관' 제도를 통해 1인 가구 등 범죄 취약계층의 안전한 귀갓길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직 경찰, 무술 유단자 등으로 구성된 총 63명의 안심마을보안관은 강서구 화곡본동, 관악구 서원동, 광진구 화양동,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 등 1인 가구 밀집 주거취약구역 15곳에서 순찰 및 안심 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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