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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서 전략적 후퇴 중인 러…전열 정비 후 방어 강화"

등록 2022.10.06 12:22:53수정 2022.10.06 14: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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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 퇴각로 차단된 러군…포위 섬멸 피하고자 일보 후퇴

공수·해병대 출신 병력 다수 배치…'헤르손 방어 모색 일환'

겨울 전 '우기' 중요 변수로…우크라 남부 탈환 중요 국면

나토 "러 징집병 훈련 능력 없어…전선 투입까지 몇 개월"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러시아군에 징집된 예비군들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사격장에서 군사 훈련 중 탄약을 나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주 전 시작된 부분 동원령으로 20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2022.10.05.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러시아군에 징집된 예비군들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사격장에서 군사 훈련 중 탄약을 나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주 전 시작된 부분 동원령으로 20만 명 이상의 예비군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2022.10.05.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 일부 퇴각 움직임을 보인 것은 완전한 철수가 아닌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전략적 후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과 인근 미콜라이우 인근 지역의 탈환 영토를 넓혀가고 있지만, 탈환의 기쁨보다 향후 전개될 러시아군과의 더 큰 전투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 4개 점령지에 대한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을 공식화 한 이후 전선은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탈환을 위한 동진(東進)과 헤르손 탈환을 위한 남진(南進)을 병행하고 있다.

WP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헤르손과 인근 노바 카호우카 주변의 전선을 강화할 준비를 위해 일부 마을에서 질서 정연하게 철수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무질서하게 후퇴했던 하르키우와 달리 헤르손은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완전 포위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강 너머로 후퇴하는 것을 요구될 것"이라며 "하지만 헤르손은 이번에 강제 병합한 주(州)의 주도라는 점에서 러시아군이 놓치지 않기 위해 싸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관리는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부는 정치적 이유로 헤르손으로부터의 완전한 철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적다"면서 "강 이남 퇴로가 막힌 러시아 군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헤르손 전선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 150명과 파손 장비 50대를 노바 카호우카 댐 수력 발전소 인근으로 긴급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또 미콜라이우주 스니후리우카 방어선에서도 철수를 시작했다고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정례 화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노보보스크레센스케, 노보흐리호리우카, 페트로 파블리우카 3곳을 추가 탈환했다고 밝혔다.
[크라스노다르(러시아)=AP/뉴시스]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의 사격장에서 4일 소집된 신병들이 훈련을 위해 걷고 있다. 러시아군이 2주 전 시작된 부분 동원령의 일환으로 20만명이 넘는 예비군을 소집했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4일 밝혔다. 2022.10.4

[크라스노다르(러시아)=AP/뉴시스]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의 사격장에서 4일 소집된 신병들이 훈련을 위해 걷고 있다. 러시아군이 2주 전 시작된 부분 동원령의 일환으로 20만명이 넘는 예비군을 소집했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4일 밝혔다. 2022.10.4

남부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퇴각로가 이미 차단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포위 섬멸되기 보다는 동부 전선으로 병력들을 물렸다가 전열을 재정비 해 헤르손을 사수하기 위한 '일보 후퇴'일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江) 서쪽 방향을 중심으로 러시아군 방어선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러시아 군은 돈바스 지역으로 연결되는 드니프로강 우측으로 퇴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크름반도와 헤르손을 연결하는 ▲안토노우스키 다리 ▲안토노우스키 철교 ▲노바 카호우카 댐교량 등 총 3개 교량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며 러시아군의 퇴각로와 보급로를 차단, 헤르손에 고립시켰다.

특히 헤르손 주에 위치한 노바 카호우카 댐과 수력 발전소는 크름반도의 식수원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드니프로강을 상수원 삼아 크름반도에 물공급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후 노바 카호우카 댐을 통한 물공급을 차단했다. 차단된 물흐름을 복구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번 침공 최우선 군사적 목표였다고 WP는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최근 공수 부대와 해병대 출신 병력들을 충원하며 헤르손 방어를 위한 선택을 강화하고 있다. 크름반도와 헤르손 연결 다리들이 파괴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도하·공수 작전에 특화된 병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지역 민병대 중심으로 구성돼 빠르게 무너졌던 하르키우 전선과 달리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을 통해 헤르손 전선 안팎에 노련한 공수 부대와 해병대 출신 병력들을 다수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자주포가 러시아군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2022.07.28.

[하르키우=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자주포가 러시아군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2022.07.28.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게 유리한 '겨울 전쟁'이 시작되기 전 남부 전선 돌파를 위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진단했다. 겨울 전에 찾아오는 우기(雨期)가 중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인 크리스 머피는 "싸움의 계절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들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군을) 계속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르 로마넨코 전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차장은 "날씨 변화가 이 지역에서 더 이상의 적극적인 군사 행동을 제한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점령지 해방을 위해 신속하게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우기 동안 남부 전선 주변의 땅이 진흙탕으로 바뀌게 될 경우 방어하고 있는 러시아군에게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대규모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중순이 지나서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탄력이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군 관계자들이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예비군 30만명이 충원되더라도 실제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는 시점은 몇 개월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나토의 한 고위 관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안보포럼 뒤 "러시아군은 신규 징집한 30만 동원 예비군을 제대로 훈련·무장시킬 능력이 없다"며 "최소 몇 달 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당장 최전방 전투에 투입될 경우 매우 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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