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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좋았는데"…현대차그룹 내년 실적의 3대 변수는?

등록 2022.12.06 16:31:39수정 2022.12.06 16: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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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에 깊어지는 신차 출고 지연

고금리로 늘어나는 신차 계약 취소

미국 IRA 영향 본격화로 현지 전기차 판매 감소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현대차가 안팎으로 증가하는 경제 불확실성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말까지 고금리가 지속되며 내년 사업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백오더(대기 수요)가 200만대 이상 쌓인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자칫 장기화 할 수 있는 것도 불안한 변수다. 이는 가뜩이나 길어지고 있는 국내 신차 출고기간을 더 늦출 수 있다.

글로벌 격전지인 미국 사업장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에 본격적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구=뉴시스]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화물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정부 노동탄압 분쇄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2.06. jungk@newsis.com

[대구=뉴시스]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화물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정부 노동탄압 분쇄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2.12.06. [email protected]


길어지는 화물연대 파업에 '신차 출고' 차질

당장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화물연대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는 현대차그룹의 신차 출고를 더 늦추는 요인이다.

통상 신차 탁송에는 여러 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카캐리어를 쓰는데, 카캐리어 운전자 다수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업에 동참하며 탁송과 출고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완성차 업계 전반이 향후 신차 수요 감소에 노출될 것이란 우려도 들린다. 현대차 입장에선 하루 빨리 백오더 물량을 털어내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올 3분기 기준 현대차는 100만대(내수 67만대, 수출 33만대), 기아는 120만대(내수 60만대, 수출 60만대) 수준의 백오더 물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화물연대 파업이 발생한 지난달 24일부터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직접 완성된 신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 고객에게 인도하는 '로드탁송'을 실시하고 있다. 로드탁송을 시행하지 않으면 공장에 차량이 계속 쌓이고, 생산 작업도 지연될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로드탁송에 동의한 고객들에게는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직원 투입을 통한 로드탁송은 카캐리어를 통한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파업 장기화 시 현대차가 지난달 정식 출시한 그랜저 7세대 출고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현대차는 그랜저 7세대 대기 물량을 내년까지 모두 출고할 방침으로 올해 11~12월에만 1만1000대를 출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화물연대 파업이 실제 그랜저 출고 지연까지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산공장 출고 상황을 지켜보면 현재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그랜저 7세대 출고 지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Los Angeles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2022 Los Angeles Auto Show)'에 '아이오닉 6'가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2.1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Los Angeles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2022 Los Angeles Auto Show)'에 '아이오닉 6'가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2.11.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계약 취소에 아이오닉6·그랜저 7세대 판매 '빨간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도 현대차의 고민거리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 영업 대리점에는 신차 계약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차량 구입 할부 금리가 10% 수준으로 치솟으며 신차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가 당초 예상했던 신차 판매 실적이 기대를 밑돌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특히 지난 8월 사전계약 첫날 역대 최대 계약 대수인 3만7446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아이오닉6가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이오닉6는 올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자 속속 계약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 차량 인도 자체를 보조금이 지급되는 내년으로 미룬 소비자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아이오닉6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의 경우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전 사전계약자만 10만9000명에 달했던 그랜저 7세대가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 금리 인상기에 가격이 동급 차량보다 크게 오르며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그랜저 가격은 그룹 내 동급 차량인 기아 K8보다 하위 트림 기준 가솔린의 경우 398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638만원 비싸게 책정됐다.

그랜저 7세대 계약을 최근 취소한 임 모씨는 "기아 K8과 그랜저 7세대는 디자인 외에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수 백 만원 차이가 난다"며 "이 때문에 그랜저 계약을 취소하고 K8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보스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대규모 예산법 통과를 홍보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2022.09.13.

[보스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대규모 예산법 통과를 홍보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2022.09.13.



11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 급감… IRA 영향 본격화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할 수 있는 것도 현대차 내년 사업의 변수다. IRA에는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만든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서 팔고 있는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EV 등 5개 전기차 모델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현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올해 6월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306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주력 차종의 부진이 이어지는 것도 뼈아프다.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량은 지난달 미국에서 1191대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달인 10월(1579대)보다 24.5% 감소한 수치다.

기아 상황도 마찬가지다. 기아 EV6는 미국서 지난달 641대가 팔리며 10월(1186대)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 외엔 사실상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IRA 대응이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우선 앨라배마 공장에서 이달 제네시스 전기 SUV인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도 2024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대형 전기 SUV인 EV9를 생산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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