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함성~환호 아이돌 콘서트인 줄...임윤찬 독주회[강진아의 이 공연Pick]

등록 2022.12.11 14:17:47수정 2022.12.11 14:19:4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마치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 같았다. 격렬하게 내달린 임윤찬의 손끝이 피아노를 온전히 떠나자, 일제히 기립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100분여간 숨죽이며 그와의 음악 여행에 푹 빠졌던 관객들이 보내는 뜨거운 찬사였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작은 손짓 하나, 고갯짓 하나에 더 큰 환호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8살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를 사로잡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주회가 열렸다. 우승 이후 국내 여러 협연 무대에 섰지만, 독주회는 처음이다. 2500여석의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돼 그 인기를 증명했다.

1부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로 꾸며졌다. 대중들의 뇌리에 강렬한 연주를 남겼던 임윤찬이 이번엔 감성을 듬뿍 담아 서정적인 선율을 꽃피웠다. 담백하게 여운을 주는 영국 작곡가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가 공연의 문을 열었다.

그 뒤를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가 이어갔다. 조성이 변화되는 15곡의 모음곡으로, 바흐가 아들의 음악 교육을 위해 쓴 곡이다. 경쾌했다가 부드러워지고 낮게 읊조리며 다채로운 색을 펼쳐냈다. 악장을 넘기듯 곡들의 중간중간에 쉬어가며 그 흐름까지 하나의 연주로 만들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두 곡은 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임윤찬이 청중과 나누고 싶었던 곡들이다. 특히 그가 평소 존경하고 영감을 많이 받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도 연관돼 있다. 기번스는 글렌 굴드가 가장 사랑한 음악가였고, 바흐의 '신포니아'는 글렌 굴드가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선보인 연주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임윤찬의 에너지가 폭발된 리스트의 곡들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성 프란체스코의 일대기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곡들로, 음악으로 이야기를 속삭이며 상상력을 자극했다.

'두 개의 전설'은 성 프란체스코가 새들에게 설교하고, 뱃사공에게 거절당해 물 위를 걸어간 이야기다. 묵직하고 명료한 왼손 연주로 성인이 설교하면, 이에 답하듯 빠르고 가벼운 새들의 지저귐과 날갯짓을 오른손으로 표현해냈다. 또 저 멀리서부터 거세게 휘몰아치는 파도는 임윤찬의 손가락에 실려 공연장을 휩쓸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목프로덕션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피날레는 '순례의 해'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의 마지막 곡 '단테를 읽고'였다. 일명 '단테 소나타'로 엄청난 테크닉과 힘을 요구하는 대곡인 만큼, 임윤찬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연주 전 손가락을 풀고 깊은 숨을 내뱉으며 긴장감 어린 '침묵의 시간'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저음부의 차가운 색으로 시작된 연주는 고음부를 넘나들며 강렬한 빛깔을 내뿜었다. 천국과 지옥의 중간단계인 '연옥'의 장면으로 슬픔과 분노, 고통과 희망 등 혼란스럽고 본능적인 인간의 감정을 극적으로 그려갔다.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격정적으로 달려 나가는 두 손은 피아노를 집어삼킬 듯한 위력을 보였다. 이 곡을 이해하려 '신곡' 책을 외우다시피 읽었다는 임윤찬의 노력과 해석이 빛나는 연주였다.

식지 않는 열기에 앙코르로는 바흐의 '시칠리아노'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를 선물했다. 임윤찬은 내년 1월 런던 위그모어홀에 데뷔하는 등 해외 연주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