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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공백 채우는 마크롱 vs 안 보이는 숄츠

등록 2022.02.08 16:38:31수정 2022.02.08 1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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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재현된 우크라 위기…잰걸음 속 돌파구는 아직

마크롱, '해결사' 자임…푸틴 "일부 제안 현실적" 긍정 평가

4월 프랑스 대선 앞두고 리더십 부각…대선 행보 분석도

숄츠, 바이든 이어 푸틴·젤렌스키 회담 예정…가스관 등 과제

CNN "메르켈 부재 아쉬워…부상한 건 獨 아닌 佛 지도자"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그 땐 메르켈이 있었고 지금은 없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8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러시아는 또 다시 우크라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계속 침공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 역시 현실화 할 가능성을 잇따라 경고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냉전 시대 이후 최대 위기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각 국의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아직 그렇다 할 만한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 등 옛소련 국가의 가입을 거부하라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부재를 못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 간 재임하면서 유럽연합(EU)의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했다. 2014년 우크라 위기 때에도 러시아 제재에 의견이 갈렸던 유럽을 하나로 모았고,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주도적으로 위기에 대처했다.

CNN은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우크라를 침공했던 2014년, 메르켈 당시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서방 동맹국들을 위한 중재자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도록 설득했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이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는 동안 세계 무대에서 물러난 메르켈 전 총리의 부재는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공동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2.08.

[워싱턴=AP/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공동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2.08.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그는 취임 두 달여 만인 7일에야 미국을 방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 사태를 논의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선 단합된 대응을 재확인하면서도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귀국 후엔 프랑스·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14일 푸틴 대통령, 1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쇄 회담도 예정하고 있다.

외신, 특히 미국 언론들은 그가 노르트스트림2 제재 등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서방국의 일치된 대응을 해치는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CNN은 "숄츠 총리는 최근 위기를 해소하는 데 있어 눈에 보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독일 국민들도 숄츠 총리가 스스로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도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었지만 러시아 침공을 막겠다는 독일 정부의 약속에 점점 더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우크라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에게 면담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숄츠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날에 벌어진 일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이 가스관 제재에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우크라 무기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면담 일정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2.08.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2.08.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위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프랑스는 독·러·우크라와 함께 우크라 동부 지역 분쟁 협상 틀인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국이자 지난달부터 6개월 간의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의장직을 승계하면서 미국을 벗어난 EU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을 강조한 바 있으며, 미국이 빠진 노르망디 형식 회담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엔 푸틴 대통령 및 바이든 대통령, 유럽 정상들과 잇따라 소통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숄츠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날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고, 8일엔 우크라로 건너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마크롱 대통령의 해결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제안 중 일부는 현실적이었다. 향후 공동 조치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CNN은 "이번에 (메르켈의) 역할에서 부상한 것은 독일 지도자가 아닌 프랑스 지도자"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한 주 동안 3번이나 통화했으며 모스크바와 키예프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보를 4월 프랑스 대선을 위한 '큰 그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을 넘어선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내 유권자들의 지지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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