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망자 너무 많아, 채소밭과 앞마당에 묻을 수 밖에"…참혹한 부차 상황

등록 2022.04.06 11:08:02수정 2022.04.06 11:35:4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NN 취재진, 대학살 이후 부차 현장 취재

시신 수습조차 어려운 상황…트랙터 동원

주민들 "러시아군, 주민에 고문·처형 한 것"

[부차=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3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부차 거리에 주택과 차량이 파괴돼 있다. 2022.04.05.

[부차=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3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부차 거리에 주택과 차량이 파괴돼 있다. 2022.04.05.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러시아군의 대공습 이후, 부차 곳곳에서 민간인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부차 주민들은 이런 '대학살'이 몇 주 전부터 자행됐다고 전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러시아군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한 우크라이나 부차의 현장 상황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휩쓸고 간 이후 부차는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민가 지붕이 무너졌고,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겨, 포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활도 어려워졌다.

8년 전부터 부차에서 거주한 안나 빌루스(48)는 CNN 취재진에 "남편과 아들 둘과 함께 집에 숨어 있었으나 지난달 4일 전기가 끊기고 수도관이 마르는 바람에 집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빌루스는 "러시아 군인들을 피해 샛길로 이동하던 중 시신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봤다"며 "나와 내 아들들이 언젠가는 저 죽은 이들과 같은 곳에 누워있을 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부차 내에서는 제대로 된 시신 수습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부차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류 수도원의 앞마당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시신이 너무 많아 트랙터까지 동원됐다.

안드리 갈라빈 세인트앤드류 수도원장은 "사망자가 너무 많았고, 포격 때문에 묘지에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제대로 매장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수의 부차 주민들은 CNN에 "러시아군 때문에 영안실이나 지역 내 공동묘지에 갈 수 없게 됐다"며 "채소밭이나 앞마당 등을 임시 묘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차=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수습된 십여 구의 시신이 매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2.04.06.

[부차=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서 수습된 십여 구의 시신이 매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2.04.06.


사망자 수습에는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던 민간인들이 동원되고 있다.

전쟁 발발 이전 화가로 일했던 블라디슬라프 민첸코(44)씨는 지하실에서 시신을 옮기는 일을 돕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자신이 처리한 시신의 수가 수십명이 아니라 수백명에 달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차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3월부터 시작됐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잘 준비된 쇼"라며 "러시아군을 폄하하기 위한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의 고문·학살을 입증할 증거가 이미 많다고 지적한다.

부차의 한 공무원은 CNN 취재진을 시신들이 안치된 지하실로 안내했다. 그는 팔이 등 뒤로 묶여있는 시신들을 취재진에게 보이며 "러시아 군인들의 고문과 처형을 잔혹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부차 시장은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처형'"이라며 "사망자 수가 3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