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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기면 잊히는 감염병 전문가들[코로나,그후下]

등록 2022.10.19 05:00:00수정 2022.10.19 08: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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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효과적 대응 의료인력 가장 중요

병상·환자 관리할 인력 없으면 무용지물

감염내과 지원 전임의 2년새 44% 감소

감염내과 전문의 적절한 평가·보상 필요

코로나 병동 간호사 40% 원부서 미복귀

감염내과 전문의 전문가되기까지 10년

역학조사관 적어도 2년 이상 교육 필요

감염병 대응 강화 위한 교육과정 개선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실 가동률이 수도권은 55.7%, 비수도권은 70%에 육박했다. 8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 방호복에 펜이 꽂혀 있다. 2022.03.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실 가동률이 수도권은 55.7%, 비수도권은 70%에 육박했다. 8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 방호복에 펜이 꽂혀 있다. 2022.03.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진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상시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쟁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지만 상당한 예산을 국방비로 투입해 군인을 모집하고 훈련시키고 무기를 구매하고 유지하는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했을 당시 병상을 어렵게 추가로 확보해도 활용할 인력이 없었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간호사가 병실에 막무가내로 투입되기도 했죠. 정부가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해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한다지만 제대로 돌아갈까요?"(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A씨)

반복되는 감염병의 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력이다.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갖췄어도 병상과 환자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소위 '말짱 도루묵'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허둥지둥 하지 않으려면 전문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춘 감염병 전문가들을 장기적으로 육성해 충분히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유행이 3년 가까이 지속돼온 기간에도 감염병 대응 최일선에 있는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감염내과 전문의에 지원한 전임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6명에서 올해 20명(상반기 기준)으로 44% 가량 줄었다. 내과 전문의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1.5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터질 때마다 적절한 보상 없이 고생하다 잠잠해지면 이내 잊혀지는 감염내과, 역학조사 등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각종 감염환자 진단과 치료는 물론 병원 감염관리, 다른 진료과에서 입원 중 발생하는 발열 및 각종 감염질환에 대한 자문 등도 맡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지원책은 나왔지만, 구체화되지 않았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진료 뿐 아니라 감염관리, 항생제 사용 관리 등 평소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하는 일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 등을 파악하는 예방의학 전문의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평상시 의료 관련 감염에 대응하고 국내 감염병이나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발생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감염병 대응 인력의 규모를 결정해 모집하고 반복적으로 훈련시켜 비상 시 동원할 수 있는 계획과 감염병 대응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병동이 사라져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2022.05.30

[서울=뉴시스]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병동이 사라져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2022.05.30

실제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병동이 사라져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10명 중 4명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달 19~25일 전국 245개 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588명 중 229명(38.9%)은 원래 소속돼 있던 부서로 복귀하지 못했다. 또 229명 중 138명(60.3%)이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압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결국 감염병에 대응할 전문인력을 육성하려면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 교수는 "국가가 신종 감염병 대응 체계를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의사와 간호사, 지원 인력에 대한 중장기 관리 및 지원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감염병 전문가는 1~2년 안에 뚝딱 육성할 수 없다. 국내 한 상급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내과 전문의를 한 명 키우려면 7년 이상 내과 수련 과정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이 소요된다”면서 "역학조사관의 경우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 걸리는데, (정부가)10년 후 감염병 전문가의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일본은 최근 몇년 새 에볼라, 뎅기열 등이 유행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역학조사관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400명 가량에 불과한 감염내과 전문의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진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무를 경험하기 전 의과대 학부생, 졸업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감염병 위기대응 역량 강화 교육이 없고, 감염병 위기 대응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장기간 교육과정도 없다는 이유다.

엄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가 재난대응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교육과정을 2단계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엄 교수는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춘 '필수과정'과 필수과정을 수료하고 감염병 위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위기상황 통합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심화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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