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르포]"94년부터 기다려"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주민들 반색

등록 2022.10.20 15:19:06수정 2022.10.21 00:06: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시, 19일 은마 아파트 재건축심의안 가결

공인중개사 "물건 다 사라져…호가 더 오를 듯"

거주민 "그동안 재건축 늦어 고생…너무 다행"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2.10.20.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2.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은마아파트를 사놓은 건 1994년인데 들어와서 살기 시작한 건 1년 반 정도 됐어요. 그동안 새 아파트에 들어가도 되는데 괜히 여길 사놓아서 세상 고생을 엄청 했거든요. 드디어 기다리던 뉴스가 나와 너무 좋습니다." (60대 거주민 송모씨)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아파트 거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도 간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20일 기자가 찾은 은마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싸늘한 날씨에도 저마다 사무실 문을 활짝 열고 매도 및 매수 문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물건이 지금 거의 다 들어갔다"며 "(발표) 전에도 아파트 가격이 너무 내려가다 보니까 그 가격에는 안 팔겠다며 집주인들이 물건들을 다 거둬갔는데, 그나마 한두개 싸게 나오던 물건도 이제는 다 들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자들도 어제오늘 계속 연락이 오고는 있는데 그들이 찾는 30평형 18억~19억원대 급매물은 이제는 찾을 수가 없다"며 "앞으로 그동안 올라오던 급매 가격으로는 물건이 나오기 힘들 것 같고, 기본 1억원 이상 더 붙어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B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원래 다음달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빨리 돼서, 집주인들로부터 진짜 (재건축 심의) 통과된 게 맞냐는 문의들이 오고 있다"며 "어느 지역이나 재건축 승인이 떨어지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데다, 이곳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다 보니 은마가 주택가격 안정화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도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와 재건축 호재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다른 단지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올 연말까지 금리가 오른다 해도 이곳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상승으로 바뀔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내년쯤엔 안 풀리기 어렵고, 재초환 등도 전향적으로 (완화를) 검토한다고 하니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2.10.20.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20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022.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인중개사들뿐만 아니라 이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거주민들 역시 오랫동안 기다려 온 소식에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994년부터 은마아파트를 소유해왔다는 60대 송모씨는 "그동안 세를 놓다가 2년 거주의무 때문에 들어와 살게 됐는데, 비록 거주의무는 무산됐지만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어차피 5년 이상 살아야 하니 앞으로 계속 실거주할 예정"이라며 "그때(1994년) 당시 은마를 잘못 선택해서 보유세도 많이 내고 재건축은 하나도 추진이 안 되고 너무 고생했는데, 이젠 그래도 승인이 떨어져서 다행"이라며 반색했다.

또 4년째 은마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70대 거주민 C씨는 "사실 동생이 임대업자인데, 은마는 (정비사업으로) 새로 지어지기만 하면 100억원은 할 것이라고 하더라"며 "앞으로도 조합 설립하고 재건축 추진하려면 좀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손주들 공부 때문에 실거주로 들어온 것이라서 큰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건축 과정에서 각 세대가 내야 할 분담금과 각종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재건축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는 주민들도 있었다.

60대 거주민 박모씨는 "나이 많은 실거주자들은 세금 때문에 재건축을 안 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건축비도 많이 올랐다는데 (분담금을) 다 어떻게 내겠느냐"며 "또 주변 재건축 단지들을 보면 닭장처럼 아파트를 지어놓아서, 차라리 여길 다시 리모델링해서 사는 게 더 낫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도 31평에 살고 있는데 (재건축 후) 34평짜리에 들어가기 위해 앞으로 3년 이상 고생하고 지하주차장까지 만들려면 몇억원을 더 내야 한다"며 "차라리 현재 4424가구를 2가구씩으로 쪼개 8000여가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하면 조합원들도 분담금 부담이 없고, 젊은 사람들도 집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 않았겠냐"며 아쉬워했다.

한편 서울시는 전날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안을 가결했다. 이는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5년 만이자,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19년 만이다.

이번 심의를 통해 은마아파트는 기존 28개동, 4424가구가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