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노래·곡예같은 몸짓,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리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성당의 종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세 명의 무용수가 아찔하게 매달려 100kg이 넘는 대형 종을 흔들어댄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높이 10m의 대형 무대에서는 벽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서커스 같은 동작들이 펼쳐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보다 풍성해진 볼거리와 완성도로 무장, 6년만에 귀환했다. '대성당의 시대', '보헤미안', '아름답다' 등 강렬한 넘버, 비보잉·발레·아크로바틱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화려한 몸짓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는 3월2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의 대문장가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15세기가 배경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구와르 연기하는 이지훈.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가 열리면 파리의 음유시이자 작품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그랭구와르가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등장한다. '대성당의 시대가 무너지네 / 성문 앞을 메운 / 이교도들의 무리 / 그들이 성안으로 들게 하라'
봉건 귀족과 교회가 타락하고 중세사회가 허물어지던 시대였다. 귀족과 성직자는 죄를 지어도 처벌 받지 않았지만 민중들은 누명을 쓰고감옥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수많은 집시들이 파리로 몰려들었고, 노트르담 근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 교회는 면죄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신 중심의 시대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언제나 작은 것이 / 큰 것을 허물고 / 문학은 건축을 무너뜨리는 법 / 학교의 책들이 성당을 허물고 / 성경은 교회를 인간들은 신을'(피렌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역의 유리아.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한 여자를 갈구하는 세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토', 주교 '프롤로', 파리의 근위대장 '페뷔스'다. 이들이 빠져든 여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집시여인 '에스메랄다'. 그녀는 맨발로 춤을 추며 온세상을 매혹한다.
하지만 세 남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그녀를 가질 수 없다. 콰지모토는 순수한 마음과 진정한 사랑을 가졌지만 끔찍한 외모의 꼽추였고, 프롤로는 이성을 욕망해서는 안 되는 성직자였다. 페뷔스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었다.
주교 페뷔스의 집착, 근위대장 프롤로의 욕망은 에스메랄다를 점점 파멸로 이끈다. 페뷔스는 질투로 프롤로를 미행해 칼로 찌르고, 에스메랄다를 마녀로 몰아 감옥에 가둔다. 페뷔스는 약혼녀에게 에스메랄다를 교수형시키라는 요구를 받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역 정성화.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름답다는 것이, 자유롭다는 것이 죄였던 에스메랄다는 끝내 교수형을 당한다. 콰지모도는 충직한 충성의 대상이었던 프롤로를 죽이고, 에스메랄다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는다. '춤을 춰요 / 에스메랄다 / 노래 해요 에스메랄다 / 내 품에서 잘자요 / 죽도록 그댈 사랑해'
콰지모도가 차디찬 에스메랄다를 끌어안고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 시체처럼 누워있던 세 명의 여성 무용수가 공중으로 떠올라 서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명장면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모든 대사가 다 노래인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싱어와 댄서의 역할이 분리돼 완벽한 노래와 눈길을 뗄 수 없는 춤을 즐길 수 있다. 3월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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