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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 불어온 전쟁의 파편…국립극단 신작 '몬순'

등록 2023.03.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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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감: 작가' 통한 이소연 작가 희곡…4월 개막

[서울=뉴시스]연극 '몬순'.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3.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몬순'.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3.03.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차미가 서있는 그곳과 내가 있는 곳은 서로 너무 멀지만, 다르지 않아."

전쟁 중인 나라인 타트 출생의 네이지는 무기 회사 직원인 차미와 그의 아들 굴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네이지는 어린 굴을 위해 밤마다 산책을 좋아하는 괴물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대학원생 새벽은 미디어아트 졸업 전시 주제인 '전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며 전쟁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전쟁 국가에서 사진 취재를 하는 이삭과 타트에서 온 교환학생 코우쉬코지는 그런 새벽에게 자꾸만 혼란을 준다.

국립극단이 창작 신작 '몬순'을 4월13일부터 5월7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올린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개발된 이 작품은 '창작공감: 작가' 사업을 통해 이소연 작가가 집필한 희곡이다. 가까운 미래의 가상 3개 국가에서 살아가는 9명의 인물을 설정했다. 소속 국가도, 처한 상황도 다른 이들의 면면을 통해 전쟁이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낸다.

계절풍을 뜻하는 단어 '몬순'은 비를 동반한 바람이다. 예외 없이 모두의 몸을 통과하고 흠뻑 적신다. 작품은 전쟁의 참상에 고통 받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 주변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이 지속되는 곳에도 파편처럼 스며든 전쟁의 그림자를 그린다.

작가는 이를 '유리 괴물'에 비유했다. 산책할 때마다 사방으로 아주 미세하고 고운 유리 알갱이를 흩뿌리는 괴물이다. 작품 속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일은 간단치 않다. 누군가에겐 전쟁이 졸업 작품의 소재가 되고, 누군가에겐 유명 사진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피사체가 되며, 누군가에겐 회사의 주 수입원이 된다. 결국 살아가고 있는 한 모두가 전쟁의 공모자이면서 피해자라는 무력함을 촘촘한 서사로 엮는다.

이소연 작가는 "전쟁을 기준으로 지금 내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무대 영상을 이용해 동시대 전쟁과 미디어의 관계를 드러낸다. 3D 게임 영상이나 줌 수업, 인터뷰 영상, 화상 통화 등 삶과 밀접한 미디어를 무대 장치로 활용한다. 연출은 '로테르담'·'퀴어한 낭독극장' 시리즈 등을 선보인 진해정이 맡았다.

국립극단 시즌단원 김예은, 남재영, 여승희를 비롯해 강민재, 권은혜, 나경호, 송석근, 신정연, 이주협 등 9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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