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청춘인데" 여행업계서 자취 감춘 '효도관광' 타이틀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가 6일로 늘어난 가운데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여행상품 예약률은 지난 여름휴가 성수기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3.09.11. [email protected]
14일 뉴시스가 주요 여행 업계가 판매하는 여행상품, 광고 등을 살펴 본 결과 '효도관광' 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상품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효도관광'은 여행사가 60~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일종의 마케팅 상품이었다. 여행사들은 2010년께 처음 효도관광 상품을 선보였고 2016년까지 높은 인기를 끌었다.
자식들이 만 60세 환갑을 맞은 부모들에게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진행했던 '환갑 잔치'를 하지 않는 추세가 되면서 값비싼 선물 대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행을 보내주면서 인기를 끈 것이다.
비행 시간이 짧은 일본 규슈나 중국 장가계를 비롯해 태국 방콕, 베트남 등 동남아가 인기 여행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사 상품 중 '효도관광' 이라는 타이틀을 건 상품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뉴시스] 참좋은여행이 이번 달 새롭게 내놓은 안심효도 여행 '눈치제로' 포스터. 효도관광이라는 타이틀 대신 여유로운 일정에 팁과 옵션을 강조했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올해 9월 패키지 여행 출발자 3만9415명 중 60세 이상이 1만6015명으로 전체의 40.6%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전인 2018년 9월엔 60세 이상 비중이 44.2%로 현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랑풍선의 자체 고객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출발하는 패키지여행 중 시니어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8.6%로, 주 고객층인 40~50대의 중년층 비중 41.6%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30대 소위 'MZ세대'들의 예약 비중인 16.6%보다 높은 수치다.
여행업계는 이와 관련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노인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효도관광 상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노랑풍선 시니어 기획전 '청춘은 바로 지금' 포스터. (사진=노랑풍선 제공)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행 트렌드 자체가 부모 혼자 나가기 보다는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나가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효도관광이 일종의 마케팅 상품이었는데 특정 나이를 대상으로만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노인층을 겨냥해 타이트하게 짜져 있는 일정의 패키지 여행 대신 음악의 '안단테(느리게)'와 '라르고(매우느리게)'를 빚댄 느린 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최근엔 사회 전반적으로 60세에도 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효도관광의 대상이었던 60,70대들이 노인 취급을 받기 싫다는 인식이 강해 졌다"며 "최근에는 효도관광을 내세우지 않고 노인 세대들을 위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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