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되는 길환영 사장, KBS 근무 영욕의 33년
하지만 해임까지 대통령의 재가만을 남겨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된 김시곤(54) 전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서 촉발된 KBS 사태가 '길 사장의 KBS 보도 독립성 침해'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 등으로 번졌다.
길 사장은 사내 담화, 일부 일간지 광고, 기자 간담회, 이사회 등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좌파 노조' '직종 이기주의' 등의 표현으로 양대 노조의 파업,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등에 맞섰지만 PD협회가 길 사장을 제명하며 힘이 빠졌다.
국장·부장급 간부들도 대거 보직에서 물러나며 길 사장과 맞섰다. TV본부 간부의 '프로그램 제작 개입'과 관련된 추가 폭로도 나왔다.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제작거부와 파업이 이어지며 KBS의 일부 프로그램이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방송사들이 작심하고 역량을 뽐내는 6·4 지방선거방송은 일부 제작 인력만 투입된 채 초라하게 진행됐다.
KBS 이사회는 거듭되는 보직사퇴와 퇴진 촉구 성명 등을 근거로 길 사장이 리더십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브라질월드컵 방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KBS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영향을 끼쳤다.
길 사장은 후보자 지명 당시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반발을 샀다. 콘텐츠본부장 시절인 2011년 새노조의 신임 투표에서 재적 대비 불신임률 80%에 육박하는 등 불신임이 상당했다.
새노조는 당시 길 후보자가 특집 다큐멘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과 이병철 탄생 100주년 '열린 음악회' 등을 만들고 천안함 모금, G20 특집 프로그램을 과다 편성하는 등 MB 정권 편향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길 사장의 취임 당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도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5적' 중 한 명이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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