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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세경 "비련의 여인…제가 보이지 않도록 노력"

등록 2017.03.21 15: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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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세경, 소프라노.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세경, 소프라노.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2년 만에 오페라 '팔리아치 & 외투'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번 무대는 모든 것이 처음이에요. 두 대작을 하룻저녁에 모두 소화하는 것도 두 작품에서 맡은 역도 처음이죠. 첫 경험 천지라 모든 걸 다 두 배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이 오는 4월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팔리아치 & 외투'로 2년 만에 이 오페라단 무대에 오르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42)은 즐거워보였다.  

 21일 오전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 무대는 기대감과 부담감이 해외 무대보다 몇 배 더하다"며 겸손했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설렜다.  

 "제가 가장 자신이 없는 것은 말하는 것과 춤추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는 춤추는 장면이 나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국립오페라단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푸치니의 '외투', 두 작품을 묶어 한 회차에서 공연한다. 죽음으로 치닫는 처절한 삶을 냉철하면서도 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른바 '액자극'(극 속의 극)으로 유명한 '팔리아치'는 작은 유랑극단의 단장 카니오가 아내 넷다에게 지나치게 집착을 하며 결국 아내를 죽이고 마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푸치니가 남긴 작품 중 베리스모적 색채가 가장 강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외투'는 그의 마지막 작품 '일 트리티코' 세 작품 중 하나다. 세느 강변의 거룻배에서 살고 있는 부부 미켈레와 조르젯타를 둘러싼 애증의 드라마다. 아이의 죽음, 부인의 외도, 남편의 살인이 긴박하게 전개되며 사실적인 기법의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서울=뉴시스】임세경, 소프라노.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세경, 소프라노.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임세경은 연속해서 공연하는 이 두 작품에서 비련의 여인인 넷다와 조르젯타를 한꺼번에 연기한다.

 그녀는 지난 2015년 세계 5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통하는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나비부인' 주역과 세계 최고의 오페라 페스티벌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대표 작품인 '아이다'의 타이틀롤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한국인이 주역을 맡은 건 102년 역사의 이 페스티벌에서 처음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한 빈국립극장 '토스카'에도 나왔다.

 임세경은 이번에 처음 맡는 넷다와 조르젯타에 대해 "죽음, 애증, 질투 등 비슷한 주제로 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두 여성 캐릭터는 다르다"고 차이를 뒀다.  

 작은 모습이지만 드라마틱하면서 서정적인 목소리를 자랑하는 그녀의 음색은 달콤한 리리코와 극적인 드라마티코의 중간에 놓인 스핀토에 가깝다.

 "넷다는 강한 성격의 인물이에요. 그로 인해 죽음에까지 이르죠. 무대에 서는 여자라 관객 앞에서 부리는 끼의 에너지가 첨부돼 더 강해요. 반면 조르젯타는 아이의 죽음과 열악한 환경에 지쳐있죠. 가벼운 캐릭터가 아니에요. 상반된 두 여자의 모습을 다른 음색과 다른 에너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연이어 공연하는 두 개의 개별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연기가 노래나 테크닉보다 더 중요하다"는 임세경의 마음가짐이 믿음직스럽다.   

【서울=뉴시스】칼 태너·임세경.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칼 태너·임세경. 2017.03.21.(사진 = 국립오페라단 제공)  [email protected]

 "시트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페라 관람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동선과 에너지를 고민해요. 그런데 이번에 배경이 다른 작품을 동시해 더 고민하고 있어요. 넷다로 죽었다가, 조르젯타로 다시 살아 나오는데 어떻게 표현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죠. 물론 조르젯타 역시 죽임을 당해 두 오페라가 모두 비극으로 끝나요. 그 가운데 '소프라노 임세경'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이번 무대에는 임세경을 비롯해 스타 성악가들이 대부분 1인2역을 연기한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토스카'를 통해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스페인 출신의 신예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임세경과 번갈아 역을 맡는다. '팔리아치'의 카니오와 '외투'의 루이지 역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테너 칼 태너와 루벤스 펠리차리가 나눠 맡는데, 두 사람 모두 이번에 한국 무대에 데뷔한다.

 2015년 국립오페라단 '진주조개잡이' 국내초연 무대에 올랐던 주세페 핀치가 다시 지휘봉을 잡고, 젊은 연출가 페데리코 그라치니가 그와 호흡을 맞춘다.  

 한편 오페라계에서 '팔리아치'와 '외투'를 동시에 공연하는 건 드문 일이다. 베리스모 오페라의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히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팔리아치'와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조합은 오랫동안 해 와서 조금은 더 신선한 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팔리아치'는 극중극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그렸고, '외투'도 같은 맥락에서 처절한 현실에서 여자의 꿈을 통해 허구를 보여준다"며 "두 작품 도무 꿈과 현실을 변칙시킨다는 면에서 사실주의 오페라적으로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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