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 떨고 있니' 없지만 웅장함…뮤지컬 '모래시계'
【서울=뉴시스】 뮤지컬 '모래시계'. 2017.12.10.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귀가시계'로 통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22년 만에 뮤지컬로 옮겨졌다. 지난 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모래시계'는 24부작의 방대한 드라마를 2시간30분(인터미션 제외)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송지나 작가가 격변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당시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루는 등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뮤지컬은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이지만 결국 카지노 사업의 대부로 성장한 태수와 그를 사형 시킬 수밖에 없는 검사 우석의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석이 태수를 향해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배경이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극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색까지 맡은 조광화 연출이 택한 방식은 굵직한 내용을 밟고 가는 징검다리 서사 방식이다. 태수, 우석, 혜린 세 청년의 우정과 사랑에 중점을 뒀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모래시계'. 2017.12.10.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다른 뮤지컬보다 유독 중년 관객이 눈에 많이 띄는데 드라마 유명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객석이 술렁거렸다. 하지만 태수가 혜린에게 하는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태수가 우석에게 "나 떨고 있니" 등의 명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드라마의 강한 기억이 뮤지컬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고안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모래시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은 "우우우우우"로 유명한 요시프 코브존의 '백학'인데, 추억을 떠올릴 때 휘파람 또는 짧은 브리지 음악 등 모티브 정도로만 사용된다.
대신 태수가 혜린에게 사랑을 다짐하는 '너에게 건다' 등 작곡가 오상준이 만든 새로운 넘버의 힘이 강력하다.
강렬한 태수의 넘버는 기타 중심의 록, 적극적이지만 얄궂은 삶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혜린의 넘버는 현악 편성, 우직한 검사 우석의 넘버는 서정적이지만 힘 있는 발라드가 주로 편성되는 등 캐릭터별로 음악 색깔도 분명하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모래시계'. 2017.12.10.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태수 역의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우석 역의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 혜린 역의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등 배우들 역시 호연한다. 태수 최민수·우석 박상원·혜린 고현정· 재희 이정재 등 원조 배우들의 아우라에 휘둘리지 않는다.
신선호 안무감독과 서정주 무술감독이 만든 멋진 군무 장면이 많은데 특히 재희의 넘버 '그만큼의 거리'에서 검도안무의 일사불란함이 일품이다. 배우 김산호를 비롯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 그룹 '인피니트'에서 호야라는 예명으로 활약하다 이 팀을 탈퇴한 이호원이 이를 소화한다.
메시지 역시 유효하다. 작품을 다루는 시대가 올드하다고 메시지까지 낡지는 않았다.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아프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야기가 급박하게 흘러가다보니 어머니로 인해 변하는 태수의 태도, 태수와 혜린이 사랑에 빠지는 부분 등이 관객들이 감정 이입할 새도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뮤지컬 '모래시계'가 창작 초연에서 이룬 부분이 더 크다. 원작의 유명세와 방대한 이야기에 억눌리지 않고도 뮤지컬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모래시계'. 2017.12.10.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그날들',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창작뮤지컬을 연이어 흥행 시킨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장상용 총괄 프로듀서)는 창작뮤지컬의 명가라할 만하다. 오는 2018년 2월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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