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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처음 거르고 전원회의로 대체…"충격요법"(종합)

등록 2020.01.01 19: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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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결속 의도+미국에 대한 압박 차원용 관측

엄중한 정세 속에서 이뤄진 나흘짜리 전원회의 탓

전원회의 보고 형식과 내용은 신년사와 거의 비슷

전문가 "내부 다잡기 일환…상황 돌파 위한 목적"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김성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매년 1월1일 발표하던 육성 신년사를 거른 가운데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의 엄중한 상황 인식 속에서 북한 내부 결속 등의 차원에서 신년사를 노동당 전원회의로 대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제시하는 국가 사업과 정책의 청사진으로 국가 운영에 있어 사실상 절대적인 지침이다.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46년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첫 신년사를 발표한 이래 거의 매년 신년사가 발표되고 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집권 시기에는 '종파사건'으로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1957년과 노동신문 사설로 대체했던 1966~1968년과 1970년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대체한 1987년을 제외하고 모두 육성 방송으로 신년사를 내보냈다.

김일성 주석이 말년에 접어든 1990년대에도 12월31일 집무실인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당중앙위원회·중앙인민위원회·정무원(내각) 연합회의를 열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공동사설을 내는 방식으로 대체됐고 이같은 기조가 2011년까지 이어졌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email protected]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중임을 고려해 노동신문 공동사설 형태로 신년사를 했다.

이후 집권 2년차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월1일 녹화방송 형식의 육성 신년사가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됐다. 노동신문은 신년사 전문을 게재해왔다.

그러던 김 위원장이 올해는 나흘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하는 것으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올해 신년사를 전원회의로 대체한 것은 엄중한 상황 속에서 '이례적'으로 나흘간이나 진행된 당7기 5차 전원회의가 가장 큰 이유다.

전원회의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지면서 새 전략노선을 담은 결정서 발표와 신년사 발표가 시기적으로 겹치게 됐다.

지난 1987년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도 최고인민회의 8기 1차회의 시정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전원회의 보고로 신년사를 갈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email protected]

다만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거른 셈이지만, 발표된 내용이나 그 구성은 신년사와 거의 유사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한 해 동안 달성할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제 등과 관련해 세밀한 그림까지 제시했다.

오히려 전원회의 보고 형태로 되면서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년사보다 당장 이행할 과업이나 개선할 문제가 더 선명해진 부분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중앙TV 보도 형식 역시 신년사를 의식한 듯 구성했다.

비록 김 위원장의 육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앵커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 통상 신년사 방송에서 위원장 발언에 맞춰 나오는 관련 사진들이 따라서 제시되기도 했다.

또 55분간 상영된 전원회의 방송은 대부분의 시간을 김 위원장의 발언 장면에 쏟았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문과 함께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1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1.  [email protected]

아울러 이번에 신년사를 거른 목적이 내부 결속과 대미 메시지 발송 차원의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원회의에 600~700명이 참관하게 함으로써 지금의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내부 다잡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하는 충격요법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비핵화 협상에 엄중하게 임하고 있음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그는 "성과가 없는 상태지만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손을 내밀지 않으면 올해 미국 대선 국면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1인 독재 체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집권 이후 단상에 선 자세로 신년사를 발표하던 김 위원장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청사에서 양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낭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당시 이를 놓고 북한이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신년사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달부터 당 전원회의 결과를 주민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군중대회 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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