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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소영 연출 "성소수자 다룬 '펀홈', 가족·화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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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12 10:09:39
토니상 5관왕에 빛나는 수작, 국내 초연
16~10월11일 동국재 이해랑 예술극장
뮤지컬 '차미'·연극 '렁스', 블루칩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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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소영 연출. 2020.07.12. (사진 = 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그 속을 알고 보면 문제가 있는 사람, 가족이 많잖아요. 이런 모습은 결국 어디서나 닮아 있고 그래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봐요."

2015년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제69회 토니상'에서 베스트뮤지컬상을 비롯해 5관왕을 안은 뮤지컬 '펀 홈(Fun Home)'이 오는 16일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개막한다.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동명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다. 동성애자인 아버지의 삶, 작가 자신의 레즈비언의 삶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수작이다.

특히 레즈비언이 주인공이라는 보기 드물고 어려운 소재를 작곡가 지닌 테소리와 작가 리사 크론이 섬세하게 빚어냈다. 두 창작진은 70년 역사의 토니상에서 여성 콤비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음악상'을 받았다. 

그래서 박소영 연출이 이 작품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소외된 이들이나 소수자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살 만한 해석을 끄집어왔기 때문이다.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 '여신님이 보고 계셔', '키다리 아저씨', 음악극 '태일'과 '섬:1933~2019', 연극 '오만과 편견' 등에서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블루칩 연출가다.

최근 만난 박 연출은 "'펀홈'은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소재지만, 가족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소수자의 이야기라기보다 화해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앨리슨 벡델은 물론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어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앨리슨의 아빠 브루스 벡델, 남편의 비밀을 깨닫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엄마 헬렌 벡델은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괴로움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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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소영 연출. 2020.07.12. (사진 = 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박 연출은 "소수자와 어려운 시대가 맞물리면서 인물의 정체성 혼란이 더 드러나는 거죠. 그 가운데서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요. 본인과 가족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화해를 다룬다"고 했다.

'펀홈'은 앨리슨 벡델이라는 한 인물을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나눠 연기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방진의와 최유하가 현재의 화자로서 과거를 회상하는 43세 앨리슨, 유주혜와 이지수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폭발하는 감정의 혼란스러운 청년기를 보내는 19세 앨리슨, 유시현과 설가은이 보통의 여자아이들과는 달랐던 어린시절을 보내는 9세 앨리슨을 나눠 맡는다.

박 연출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 같은 인물이라도 나이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와요. 이런 상식은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죠"라고 설명했다.

박 연출이 소외되거나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가장 조심하는 것은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다.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예요. 우리가 힘을 주거나 응원하지 않으면 혼자 일어설 수 없는 인물들로 그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죠. 주체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되는 거죠. 무엇보다 항상 인물을 편향되지 않게 그리려고 해요."

박 연출이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와 의기투합한 '목소리 프로젝트'는 그녀의 이런 마음을 가장 잘 반영하는 프로젝트 창작집단이기도 하다.

소수자였지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좇아가는 이 프로젝트는 그간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태일', 1966년부터 40여년간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한 마리안느 스퇴거·마가렛 피사렛 수녀의 삶이 중심이 된 '섬:1933~2019'을 우란문화재단과 함께 선보여 호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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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 뮤지컬 '펀 홈'
"그동안 잘 들려지지 않았던, 그렇지만 누군가는 알아야 하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하는 프로젝트예요. 전태일과 마리안느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죠. 상업극보다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더 신경을 써요. 여기서도 그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 옳다고 강요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고민하죠. 정 작가, 이 작곡가와 항상 하는 이야기는 이 모든 과정을 '하고 싶을 때 하자'는 거예요. 어떤 인물에서 '같은 목소리를 발견'했을 때 하는 프로젝트죠. 내년쯤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 같아요."

박 연출은 중고등학교 재학 때 시니컬한 영화광이었다. 영화를 하고 싶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영화를 알려면 연기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연극을 먼저 접했다. 그러다 연극의 '나이브(naive·순진무구한)'한 매력에 빠져 버렸다. "두세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에만 달려가는 열정이 시니컬하던 저를 움직였어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할까요. 하하."

뮤지컬뿐만 아니라 '만추' '오만과 편견' '렁스' 등 연극 연출도 자유롭게 병행하는 박 연출은 뮤지컬과 연극 연출 방법에 따로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서사'를 중요하게 본다. 이번 '펀홈'도 단단한 서사로 그녀를 흡입력 있게 빨아들였다.

"'펀홈'은 인물들의 단순하지 않은 심리 상태를 그리다보니 인물이 하나의 역사가 되는 작품이에요. 그러다보니 갈등 지점들이 간단하지 않고, 복잡해지면서 이야기가 단단해지는 거죠. 복잡한 감정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데 그것을 하나씩 풀어가는 작가의 영리함이 참 좋습니다."

 박 연출도 '펀홈'을 작업하면서 부모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제 안에서 묵혀왔던 생각들이 용기를 얻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가족 안에서 외로움을 느낀 모든 이들에게 화해할 용기를 안기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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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펀홈'. 2020.05.06. (사진 = 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연출답게 올해 '차미', '렁스' 그리고 이번 '펀홈'까지 초연작을 쉬지 않고 올려왔다. 박 연출의 남편이 그녀에게 '워커홀릭'이라고 할 정도로 일에만 매진해왔다. "일을 많이 하는 것 같긴 한데, 모니터하는 매순간이 아직까지는 좋다. 이야기를 풀어나는 것이 아직까지 너무 좋고 그것을 풀어나는 것이 힘들수록 재미있어서 공연을 아직도 너무 좋아하는 걸 깨달아나가고 있다"며 웃었다. 

다만 신작을 연달아 작업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달려서 올해 11월과 12월은 무조건 쉬는 '안식월'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모든 작품을 정중하게 맡지 않을 수 있는 '거절의 기술'이 생겼어요. 내년을 위해 연말에는 푹 쉬고 재충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시카고 기반의 빅토리 가든 시어터에서는 홈페이지에 '펀홈'을 유료로 스트리밍하기로 했다. '차미', '렁스' 등 코로나19 시대에 안전하게 공연을 해온 박 연출은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밍이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연극의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질 지는 고민스런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화면으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온라인 공연은 일시적 대책이나 대안이지, 본질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가 끝이 아닐 수도 있고요. 바이러스 시대에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을까에 대해 모두가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펀홈', 10월1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브루스 벡델은 최재웅과 성두섭, 헬렌 벡델은 류수화와 이아름솔, 19세 앨리슨 벡델의 첫사랑이며 당당한 레즈비언이자 시인인 조안은 이경미가 담당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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