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르포]"생활치료센터 준비 이제 도텄죠"…'숨은 공신' 공무원들 분투

등록 2020.08.27 18:09: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86명 수용 안성센터 29일 오픈…경기도 직원들, 막바지 구슬땀

"기다리는 환자 없어야죠…5번 하다보니 이젠 노하우 터득했죠"

"환자-근무자-의료진 동선 겹치면 안돼 고민 많이 했죠"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 공무원들이 27일 오후 안성시 원곡면 한국표준협회 인재개발원에서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8.27.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 공무원들이 27일 오후 안성시 원곡면 한국표준협회 인재개발원에서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8.27.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대기하는 환자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어야죠."

태풍이 지나간 27일 오전 경기 안성시 원곡면 한국표준협회 인재개발원에서 경기도 공무원 10여명이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치료병상이 부족해지자, 도는 지난 24일 이번 주 안에 안성과 일산 생활치료센터를 추가로 열겠다고 발표했다.

안성 생활치료센터는 146실, 286명 수용 규모로 29일 오후부터 문을 열 예정이다.

주어진 준비 시간은 단 4일. 병상부족으로 가정대기 확진자가 늘어나 병상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폐쇄회로(CC)TV 설치 공사가 한창인 복도를 분주히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숨은 공신, 담당 공무원들이다.

생활치료센터 준비를 담당하는 경기도 총무과 정진용 주무관은 "사실 이제 생활치료센터 준비에는 도가 텄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도가 텄다'고 할 만큼 능숙하게 준비하는 모습에는 그동안의 노고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 생활치료센터를 열었던 3월, 제대로 된 운영지침도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5번째 생활치료센터를 여는 지금은 그 과정에서 매뉴얼도 완성됐고, 노하우를 터득했다.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도내 확진자가 급증해 주말도 반납한 채 밤 12시까지 근무했다는 정 주무관은 지친 모습을 보일 법도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라며 일에 대한 자긍심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지난주 이천에 이어 이번주 안성·고양에 생활치료센터까지 2주 동안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센터 개소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일상생활이란 게 사실 없어졌다"면서도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이나 치료센터로 가지 못해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도민들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빨리 문을 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 국장과 총무과 소속 공무원들이 27일 오후 안성시 원곡면 한국표준협회 인재개발원에서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8.27.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 국장과 총무과 소속 공무원들이 27일 오후 안성시 원곡면 한국표준협회 인재개발원에서 생활치료센터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8.27. [email protected]

하지만 개소 준비의 '달인'이 된 담당자들에게도 난관은 찾아왔다.

오래된 데다 건물이 구름다리 형식으로 이어진 구조로 돼 있어 동선을 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면 도 공무원, 소방대원, 군인, 경찰관, 의료진 등 78명의 인력이 근무하며 환자를 돌본다.

의료진이나 구조 구급팀 말고도 식사나 택배 등 물품 지원부터 환자 관리, 방역, 시설관리, 폐기물 처리 관리, 건물 청소, 질서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 인력이 동원된다. 

담당자들은 확진자와 의료진, 퇴소자의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건물을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꼼꼼하게 확인했다. 

또 급하게 섭외한 이 건물에 아직 인재개발원 교육생들이 입소해 있어 준비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28일 오전 교육생 퇴소와 동시에 방역, 물품 보급 등의 업무를 하루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에는 2주 동안 확진자들이 사용할 물건들이 들어왔다. 교육생 퇴소와 동시에 생필품 비치 등 작업을 하기 위해 총무과·보건의료정책과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 20여 명이 3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쌓여있는 상자를 쉼 없이 옮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확진자들이 생활할 예정인 생활관 건물 앞까지 차가 들어갈 수 없어 상황실 건물로 쓰일 제1교육관을 통해 수 백개의 상자를 옮겨야 했다. 

곧 창고와 폐기물처리용 컨테이너가 들어설 예정이라 공무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총무과 정용화 주무관은 "사실상 내일 안에 개소를 위한 준비를 다 끝내야 하기 때문에 물건을 각 층 복도에 옮겨놓고 있다. 내일 최종 리허설까지 마쳐야 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근무자 중 확진자가 나오면 도청 행정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역, 폐기물 처리 등 업무 시 환자 동선과 근무자 동선을 나누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어렵게 몇 백 명 수용 시설을 마련해도 이틀이면 꽉 찰 테고, 다시 확진자들이 갈 곳을 잃는 상황이 생길까봐 걱정이 많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건물이 낙후된 데다 2인1실로 확진자들이 생활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그는 "최대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생길까 걱정된다. 입소자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안산시 중소벤처기업연수원, 이천시 경기도교육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