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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배현진 국감 핑계 도서 검열…심의 중단하라"(종합)

등록 2020.10.26 12:18:08수정 2020.10.26 15: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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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재청·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재청·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출판계가 최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파주출판도시의 'BOOK(北) 읽는 풍경' 전시에 '북한 미화·찬양' 도서가 전시돼 있다고 지적한 것에 반박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출판인회의는 26일 배 의원 지적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배 의원의 행위를 과거 '도서검열' 행위로 간주했다. 이러한 행위의 중단과 사과도 촉구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이날 배현진 의원에게 '어린이책으로 정치하지 말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출협은 "배 의원의 낡은 정치적 이념 공세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자의적 기준의 색깔론으로 해당 전시회와 출품 도서를 재단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전시회에 출품된 국내 출간 도서들이 북한을 미화, 찬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시관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다수의 도서들 중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할 만한 우려스러운 내용이 있고, 어린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사상 편향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도서들이 전시장에 널려 있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출협은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책은 도서출판 박영사에서 발간한 '남북통일 팩트체크 Q&A 30선'이다. 이 책은 북한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의 시선에서 북한의 모습을 살펴보고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용 교양도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집필자들은 서울·경기권의 초등학교 교사와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책을 출간한 박영사는 올해로 설립 68주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학술·교양도서 전문 출판사"라며 "이 책이 출품된 파주출판도시의 전시회 역시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기획된 남북문화교류행사이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고 보탰다.

출협은 "배 의원이 책에서 지적한 부분들은 남북 교류의 차원에서 양국의 정치, 문화, 사회 등을 비교하며 유사점과 차이점을 어린이 맞게 설명한 대목들이"이라며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오해가 될 만한 부분만을 편집해 북한을 미화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색깔론 공세에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서 전시회에 출품된 다수 도서들을 문제 삼고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북의 화해를 가르치지 않고 적대의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전했다.

출협은 "더욱 문제적인 것은 배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이 과거 도서 검열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배 의원은 이 책을 읽다가 북한을 미화한다고 의심되는 '우려스러운 내용'들에 띠지를 붙여 표시를 해뒀고, 이를 국정감사 질의 시간에 소개하며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에게 공감을 강요했다. 이는 그 옛날 출판 탄압의 시대에 검열관들이나 하는 행태를 현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출협은 "배 의원에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다. 또 전시회의 주관 기관인 출판문화도시입주기업협의회와 해당 도서의 출판사인 박영사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대한출판문화협회 건물 전경. (사진 = 출협 제공) 2020.03.1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한출판문화협회 건물 전경. (사진 = 출협 제공) [email protected]


출판인회의는 배 의원을 향해 "전시 도서 검열 및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전했다.

이들은 "전시된 도서 목록의 제출과 심의위원 명단 제출을 강압적으로 명령한 것에 대해, 배 의원의 몰이해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헌법 제21조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배 의원 발언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전시는 남북한 접경 지역인 파주의 지리적 특징을 고려해 남북문화 및 출판 교류 증진 도모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출판이라는 문화적 특성을 더해 남북한 긴장 완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출판물과 출판 환경을 소개하고 북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과 사진 등을 선보이는, 올해 처음 시작하는 제1회 전시회였다"고 설명했다.

또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에 따르면 이 전시는 북한을 이롭게 하거나,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없다"며 "전시회를 다녀간 관람객 의견을 보더라도 이 전시회는 배 의원 주장처럼 북한을 이롭게 하고 북한 체제를 고무, 찬양하려는 의도가 아닌 순수한 북한 출판을 이해하려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잘 치러진 유익한 전시였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감사를 핑계로 출판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사명이 있는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이 거꾸로 출판을 검열하고 민간 출판 단체를 탄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군사정권 철권통치 시대의 국회의원도 하지 않았던 출판 검열을 2020년에 배 의원이 시도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고통받아 온 출판 문화계를 또 다시 분노케 하는 일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출판인회의와 모든 출판문화단체는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출판목록 제출과 심의위원 명단 제출 명령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동이 가져온 비극이 새삼 떠오르는 이번 사태를 보며 다시금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한 치의 양보 없이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진다.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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