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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절단' 고통에 숨진 16개월 영아…살인죄 적용 않나?

등록 2020.12.10 01:01:00수정 2020.12.10 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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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모의 학대 정황 구체적으로 드러나

"등 부위에 충격 줘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일각 "이 정도면 살인죄 적용" 주장 나와

전문가들 "살인죄는 고의성 입증 어려워"

"아동학대치사,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16개월 영아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입양모의 충격적인 학대 행각이 드러났다. 일각에서 이 정도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사실상 형량이 비슷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아동학대치사로도 충분히 엄벌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지난 8일 A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의 남편 B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전날(9일) A씨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숨진 입양아 C양을 상대로 한 A씨의 학대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집 혹은 자동차 안에 C양을 혼자 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에는 C양을 태운 유모차를 양손으로 강하게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고, 유모차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5회에 걸쳐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급기야 지난 10월13일 A씨가 C양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C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봤다.

C양은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이 발생하고, 췌장이 절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C양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주민은 수사기관에서 당시 '쿵 소리가 들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아이가 입양가정에 보내지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에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이 담긴 사진. 2020.11.17.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아이가 입양가정에 보내지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에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이 담긴 사진. 2020.11.17.

또 C양에게서는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우측 대퇴골 등 전신에 골절이 발견됐다. 등, 옆구리, 배, 다리 등 전신에 피하출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골절의 발생 시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A씨의 이같은 학대 정황이 공개되면서, 일각에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개월 아이를 이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가혹하게 폭행하면서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지 못했을리 없다는,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연히 살인죄 적용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살인죄는 '고의성' 판단이 엄격하기 때문에 적용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A씨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 10월13일 상황에 대해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 피해자의 배를 손으로 때리고, 피해자를 들어 올려 흔들다가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에는 A씨가 C양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미필적 고의'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email protected]

앞서 지난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춘)은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 속에 7시간 가까이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계모 D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바 있다. 이때 검찰은 "이 여성이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뛰기도 하고 숨쉬기 힘들다는 호소에도 가방 안으로 헤어드라이기 바람을 넣었다"면서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A씨의 경우 D씨 만큼의 고의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 증거 없이는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아동학대치사로도 살인죄와 마찬가지의 엄벌을 선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엄벌을 하기 위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살인 혐의는 무죄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가해자 마음 속에 무엇이 있었느냐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빠져나올 구멍이 상대적으로 높은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보다 가해자에 진정한 처벌을 바란다면 아동학대치사죄로 하는 게 맞다"면서 "아동학대 엄단 취지가 반영이 되기 때문에 살인죄와 비교해 형량도 같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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