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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가는 동부구치소 집단감염…'국가 과실' 입증될까

등록 2021.01.07 05:00:00수정 2021.01.07 05: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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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 국가배상 소송 내

국가배상 인정 위해 '국가 과실' 입증 관건

현실적으로 과실 입증은 쉽지 않단 분석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12.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12.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이창환 기자 = 서울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확진된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확진된 수용자들이 국가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과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전날 국가를 상대로 각 100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법무부 측의 ▲수용자에 대한 마스크 미지급 ▲확진자와 일반 수용자간 격리조치 미흡 ▲구치소 내 과밀수용 방치를 주요 청구 사유로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된 수용자들이 국가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훈 더불어섬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교정당국에서 제때 조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예방하거나 막을 수 있었는데 놓친 미흡한 조치들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되느냐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주영 안팍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방역이나 예방 차원에서 국가가 부실하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방역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일반 사람들보다 더 관리했어야 하는데 안 한 부분을 과실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동부구치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차 전수검사일인 지난 5일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의 모습. 2021.01.05.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동부구치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차 전수검사일인 지난 5일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의 모습. 2021.01.05. [email protected]

다만 법조계에서는 '국가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관련 국가배상 소송과 가장 유사한 판결로는 항소심 판단까지 나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거론된다.

2015년 메르스의 '80번 환자' 유족이 정부와 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은 정부의 역학조사 부실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2심은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9부(고법판사 손철우·김형진·원종찬)는 "재발된 악성림프종의 예후에 영향을 줄 만큼 지연됐다고 볼 수 없는 등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과 김씨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유족을 대리한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메르스 판결에 비춰봐도 최초 확진 교정직원 동선 확보가 얼마만큼 됐는지, 그에 따른 격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실관계에 따라 국가배상 성립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구치소 과밀 수용 문제가 있다고 해도 최초 확진자가 나온 다음에 적절한 격리조치를 통해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공무원의 과실이 명백히 인정된다면 코로나 감염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부구치소의 과실을 물으려면 최초 확진 교정 직원의 동선에 따른 코호트 격리 필요성이 있었느냐 이런 부분까지 나갈 텐데 사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메르스 판결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동부구치소에 대한 6차 전수검사에서 수용자 66명이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현재까지 1,161명으로 집계된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종이에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1.01.0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동부구치소에 대한 6차 전수검사에서 수용자 66명이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현재까지 1,161명으로 집계된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종이에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1.01.06. [email protected]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국가배상을 위해서는 과실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제소자들이 소송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국가배상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통 국가배상은 요건이 까다롭다"며 "마스크만 쓰게 하거나 격리를 제대로 안하고 했더라도 구치소는 아무래도 갑을(甲乙)관계이다 보니 제소자들이 증거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에 국가배상 소송을 낸 수용자들의 대리인은 재판부에 폐쇄회로(CC)TV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해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의사 출신의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수용자 입장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실제로 건강상 문제가 생긴다거나, 사망하거나 하는 상황이 된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의나 중과실을 꼭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배상법에 중과실이란 말은 없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는다면 과실 입증만 하면 된다. 그건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배상 청구는 과실도 있어야 하지만 법령을 위반해야 한다"며 "당연히 허용된다면 접촉자 분리가 좋겠는데,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분리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고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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