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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넘긴 쌍용차, 'P플랜' 향배는

등록 2021.03.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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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인도중앙은행(RBI)이 마힌드라의 쌍용자동차 보유지분 감자안을 승인하면서 쌍용차의 새 주인 맞이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제 쌍용차의 미래는 조건부 인수의향을 밝힌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쌍용차의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사전회생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려면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KDB산업은행의 결단도 중요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은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을 75%에서 25%로 줄이는 지분 감자를 승인했고, 쌍용차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식문서를 최근 받았다. 인도중앙은행은 자국 기업이 외국투자 지분 매각시 25% 이상 감자를 불허하는 규정이 있으나, 25% 이상의 감자를 예외적으로 승인했다. 이번 인도중앙은행의 결정으로 P플랜 돌입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면서 쌍용차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쌍용차는 15일까지 P플랜 돌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 투자 계약을 맺고, 회생 계획안을 전체 채권자와 공유해 P플랜 돌입을 위한 동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한 상황인데, 지난해 12월21일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 전 발생한 37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플랜은 채무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P플랜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협력업체 등 상거래 채권자와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결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P플랜에는 마힌드라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는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결정, 잠재적 투자자의 사업계획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 관계자 합의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선임부행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13. [email protected]


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 전제조건으로 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쌍용차 노사에게 요구한 두 가지 사항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의 제87조 결사의 자유에 어긋나는 요구임을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17일 배진교 의원실에 보낸 '서면 요구답변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회사와 노조에 강제적 의무를 부과한 게 아니라, 쌍용차 지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채권은행으로서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국제노동기구 기본 협약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다면 협약 준수에 유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ILO 핵심협약 3건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산업은행이 당초 제시한 금융지원 조건은 사실상 완화됐다. 결국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와 함께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인수를 확정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 향배에 따라 쌍용차의 운명이 결정된다. P플랜 불발시 쌍용차가 법정 관리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며,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HAAH오토모티브가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HAAH 쪽에서 적정선을 제시하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현 상황에서 놓고 보면 산업은행보다는 HAAH오토모티브가 확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모델을 미국 시장에서 연간 약 10만 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어떻게 10만 대 가량을 판매할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쌍용차의 경우 올해 전기차 첫 모델을 출시한다고 했다. 초반에는 적자가 나기가 쉬운 만큼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전기차 시장과 관련해 부품 공급을 약속한 만큼 정부는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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