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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이'는 모욕죄 처벌하는데…'기레기' 안되는 까닭은?

등록 2021.03.25 16: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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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댓글남긴 네티즌, 무죄취지 파기환송

'주장 관련'이 관건…모욕만 위한 것이면 처벌

"독자, 댓글로 언론에 비판적 의견낼 수 있어"

"기레기, 언론 비판할 때 폭넓게 쓰이는 단어"

'뻔뻔이'는 모욕죄 처벌하는데…'기레기' 안되는 까닭은?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모욕적인 표현을 처벌하려면 발언의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자신의 주장과 관련이 없는 모욕적 언사를 남발하면 처벌 대상이지만, 의견을 강조하면서 썼을 뿐이라면 모욕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6년 자동차전문 매체의 기자인 B씨의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모 자동차회사의 전동식 핸들 보조장치의 장점을 다룬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B씨의 기사를 보고 그 같은 댓글을 단 것이다.

1심과 2심은 A씨의 모욕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기레기'가 모욕적인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은 재판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A씨로서는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이 언급한 판례는 두 가지다.

목사 '뻔뻔이'라 한 교인, 모욕죄 인정…"주장 관련성 없어"

C씨는 지난 2002년 한 방송사의 시청자 의견란에 '학교 선생이 불법주차에 소중한 자식을 두고 내리다니. 자식을 변명의 방패로 쓰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모욕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방송프로그램에서 견인업체와의 분쟁 사건을 다뤘는데, 이를 본 C씨가 소감을 남긴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를 들어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C씨는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자신의 판단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모욕적 언사를 사용했을 뿐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지난 2005년에는 '뻔뻔이'라는 표현을 쓴 교인들에게 모욕죄가 인정되기도 했다.

당시 한 종교단체 소속 목사는 개인적인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교인들은 목사와 그를 옹호하는 장로들을 '뻔뻔이', '뻔뻔이의 더러운 하수인' 등으로 칭해 기소됐다.

이러한 표현은 자신들의 주장하는 바와 실질적인 관계가 없으며, 대상들의 신앙을 심각하게 비하하는 표현일 뿐이라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뻔뻔이'는 모욕죄 처벌하는데…'기레기' 안되는 까닭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기레기' 역시 의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됐으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기사를 읽는 독자로선 언론의 태도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으며, 포털사이트에서는 그러한 의견 개진을 위해 댓글란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자동차 전동식 핸들 보조장치의 안전성 논란이 매스컴을 타던 상황에서 그와 반대되는 취지의 인터넷 기사가 작성됐고, A씨는 다른 네티즌들과 마찬가지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면서 강조의 의미로 '기레기'를 사용한 것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 해당 기사에 다른 네티즌들은 '어디서 이런 기레기가'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재판부는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라며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볼 때 이 사건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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