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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발열·근육통 호소하는데…백신휴가 2주째 '검토중'

등록 2021.03.25 16: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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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누적 1만건

의료진들 "아프면 쉬라더니 휴가 못 써"

정부 "실무 논의 중"…국회 "상정도 못해"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 강의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3.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 강의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의료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발열·두통·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인력이 없어 고열에 시달리면서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일 백신 접종자에게 휴가를 부여하는 '백신휴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주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의료진들 발열·근육통 호소…"아프면 쉬라더니"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6명이 발생해 일주일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내려온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중구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소독하고 있다. 2021.03.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6명이 발생해 일주일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내려온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중구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소독하고 있다. 2021.03.23. [email protected]

백신 우선 접종대상자인 의료진을 중심으로 발열, 두통, 근육통 등 각종 이상 반응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전 소재 요양병원 종사자 A씨(27세)는 "백신을 맞은 다음 날 아침에 두통이 심해서 걸을 때마다 머리가 둥둥 울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주사 맞은 쪽 어깨는 들지도 못할 정도였다"며 "열이 39도가 넘으면 휴가를 쓰는 것으로 들었는데 37.8도라 연차를 쓰지 못했다.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퇴근시간까지 버텨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른 과에서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면 연차를 써서 쉬거나, 연차가 없으면 병가를 쓰는 대신 진료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25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이틀 간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B씨는 "쉬는 날 전날에 백신을 맞아 휴가는 따로 쓰지 않았다"며 "동료들 중에는 출근 전에 백신을 맞고 (바로) 일을 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고열과 근육통을 경험할 것"이라며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하면서, 백신을 맞아 아픈 건 코로나와 관련 없는 증상이라며 해열진통제를 먹고 출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의료진 C씨도 "접종 후 근육통으로 온몸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며 "신고해도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라고 할 것 같아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근무자가 없어 휴가도 못 썼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의심 신고는 누적 1만건을 넘어섰다.

정부 "실무 논의 진행 중"…국회 "법 상정도 못해"

[서울=뉴시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0.09.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0.09.18. [email protected]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지난 11일 백신휴가제 검토를 언급한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도 16일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 접종에 참여하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반장은 24일 "휴가를 강력 권고한다거나 금전으로 보상하지 않는다거나, 접종자가 휴가를 주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검토한다는 내용 등은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며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는 "조만간 발표된다"면서도 구체적 시기에는 말을 아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실무 논의가 마무리되는 단계다. 논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측도 "검토할 게 꽤 많아서 정리돼야 발표할 수 있다. 일단 더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백신 자체의 일정도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무협의가 '깜깜이'로 진행되는 동안 제도화에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백신휴가를 명시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5건이 발의돼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백신 휴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복지위 관계자는 "이번 달은 추경 심사로 바빠서 관련법이 상정되지도 못했다. 4월 국회에서 상정돼야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여당 의원도 정부와 협의 중이냐는 질문에 "4월 국회를 앞두고 정부에서 연락이 오지 않겠냐"며 "상임위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제도화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법으로 개정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앞으로 다른 감염병의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적용돼서 반발도 클 것"이라며 "제도화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곧 일반 시민 접종도 시작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3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65세 이상 입소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2021.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3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65세 이상 입소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2021.03.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 달이면 75세 이상을 포함한 고령층 일반 시민, 감염취약시설 종사자와 일부 교직원, 승무원과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당초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백신휴가 관련 지침은 아직 안개 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만 권고했을 뿐 접종 후 휴식 등 보호조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아 가장 먼저 접종한 보건의료노동자가 백신 고통까지 감당해야 했다"며 "접종 다음날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가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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