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1주년]<상>계엄군의 양심 고백, 쌓이는 학살 증언
16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최근 계엄군들의 고백과 증언으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반인륜적 범죄가 실체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 12일 조사 개시 1년 경과 보고회를 통해 1980년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여단 장·사병 200여 명으로부터 일부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면담 조사 결과 5·18 당시 계엄군은 광주봉쇄 작전(1980년 5월 21일~24일) 전후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수십 차례 학살했다.
3공수 부대원들은 1980년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과 1980년 5월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M1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살상했다고 인정했다.
광주교도소 주변 국도 차단 과정에 최소 13차례 민간 차량에 사격했고,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고도 밝혔다.
11공수 부대원들도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 재집결을 막기 위해 조준 사격을 했다고 시인했다.
이러한 진술은 광주역과 광주교도소 일원의 5·18 희생자를 '시민군 간 오인사격에 따른 카빈소총 사망자로 조작'한 신군부의 왜곡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 찬탈을 위한 신군부의 시민 학살을 재입증하는 진술로도 풀이된다. 앞서 사법부와 정부 기관 조사를 통한 5·18 헬기 사격 인정으로 신군부의 방어권 차원 발포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3·11공수 부대원들의 암매장·가매장 실행·목격 진술을 기초로 가칭 '사체 처리반' 운영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조사위는 5·18 직후 광주 한 야산에서 총에 맞아 숨진 뒤 암매장된 채 발견된 만 4세 어린이의 가해자도 특정해 조사 중이다.
명령에 따라 진압에 가담한 계엄군들의 양심 고백은 신군부가 5·18 때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를 추가로 발굴·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7공수 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사망한 유족에게 참회하며 용서를 구하면서 해원(解寃)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11공수부대원 2명도 조사위에 사죄의 뜻을 밝혀 조사위가 화해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사위는 양심 고백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면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2만353명 중 2000여 명에 대한 증언을 확보할 방침이다.
신군부 핵심 인사 37명을 상대로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소환·서면 조사에 나선다. 조사 대상자가 2차례 이상 출석에 불응하면 동행명령을 집행할 수 있지만, 강제 구인은 불가능하다.
조사위는 "신군부 책임자는 물론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들까지 조사하는 포괄적·상향식 조사로 핵심 의혹 규명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사위 활동 본격화와 별개로 5·18항쟁이 불혹을 넘기면서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1심 유죄 ▲전두환 잔재 청산 ▲5·18 허위사실유포처벌법 시행 ▲국정원·외무부 등 각종 기록 공개 ▲옛 전남도청 복원 추진 ▲민주화 요구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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