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상황 공개' 늘린다?…뜯어보니 "정권수사는 빼고"
공개범위 범죄 사기, 성범죄 등 특정
중요사건 공개 땐 '본질적 사항' 고려
정권수사는 사실상 공개대상서 제외
"권력수사, 앞으로 깜깜이 수사될 것"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장관 뒤쪽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공동취재사진) 2021.07.14. [email protected]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날 한명숙 전 총리 사건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무부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즉시 개정하겠다고 했다. 조만간 구체적인 개정안 내용과 시행 시점 등이 밝혀질 예정이다.
박 장관이 내놓은 개정안 요지에는 알권리를 위해 어느 정도 공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 등 공보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단계별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공보관을 통한 공식적인 공개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오히려 밀행적인 수사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예민한 정권수사 등을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공개범위로 규정된 '피해 확산으로 동종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를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예방법위반 등 범죄로 한정했으며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이 있는 경우'를 테러로 명시했다.
또 '수사에 착수된 중요사건'으로는 고소·고발이 아닌 검사가 범죄를 인지한 경우 등으로 범위를 좁혔다.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해당 중요사건 공개여부를 심의할 때는 '사건의 본질적 사항인지 여부' 등을 고려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개정된 공보준칙을 살펴보면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금 사건', '월성 원전 의혹' 등이 공보대상에 포함될 확률은 낮다.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된 '라임 사건', '옵티머스 펀드사기 의혹' 등도 마찬가지다.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박범계(오른쪽 두번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를 한 뒤 나서고 있다. 박 장관으로부터 오른쪽 반 시계방향으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류혁 법무부 감찰관, 한동수 대검감찰부장, 박현주 대변인.(공동취재사진) 2021.07.14. [email protected]
박 장관이 공보준칙을 개정하는 근거로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상황 유출행위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전날 수사유출이 증명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강력하게 추정한다"고만 답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피의사실이 유출됐다고 하는데 결국 누군지는 못 밝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피의사실 유출 경위에 대한 감찰 실패를 제도개선이라는 대책으로 가린 것뿐인데 제도만 강화하면 될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합동감찰 결과 발표와 관련,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세세한 수사상황과 수사자료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수사팀이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말한 것들도 불법인데 왜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도 "앞으로 권력비리 수사 등 정권 관련 수사는 깜깜이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오직 권력이 말하는 것만 언론은 받아 쓰고 국민들도 정권이 이야기하는 것만 알고 있으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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