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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그는 왜 스스로 결박하고 있을까…'12번 행맨 카드'

등록 2021.08.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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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12번 ‘행맨’. (사진=조연희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0.5평의 골방이라도 좋았다. 창문이 없어도 괜찮았다. 사면이 책으로 가득 찬 방에서 이 책 저 책 잡히는 데로 읽는 것이 꿈이었다. 때로는 읽다만 책 위에 엎드려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그러다 석양이 몰려올 때쯤 목줄 풀린 개처럼 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거려보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거하는 곳의 방향을 바꾸는 것, 처방
그런데 얼마 전 몸이 좋지 않아서 퇴직을 했다. 모처럼 여유 시간을 얻었지만 책은커녕 대부분을 치료하는 데 소모해야 했다.

어깨에 금이 간 이후 팔이 올라가지 않았으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를 곧게 펼 수도 없었다. 누우면 어깨가 아팠고 앉으면 허리가 아팠다.

그런데 돌아보니 몸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다 망가져 있었다. 압력밥솥은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았고 선풍기는 회전이 안 됐고 심지어 세탁기는 탈수가 안 됐다. 인터폰조차 접촉 불량이었다. 지난 13년 간 어떻게 살았는지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인간관계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 강아지조차 병들어 있었다. 내 몸이 괜히 아픈 게 아닌 듯했다. 

약국에서 진통제와 근육 이완제를 한 움큼씩 받아와 연명했다. 그때 새삼 발견한 것이 처방전이라는 한자가 곳이나 장소를 알리는 ‘處’ 자에 방향을 알리는 ‘方’ 자를 쓴다는 사실이었다.

직역하면 거하는 곳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로 처방전이었다. 병 치료의 시작이 처방이라니. 이제는 삶의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는 왜 스스로 결박하고 있을까
12번 타로는 행맨이다. 교수형 집행인이라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교수형에 처한 남자라고도 하지만 남자의 표정과 후광으로 보아 교수형을 ‘당하는’ 모습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머리에서 빛나는 후광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왜 스스로 몸을 결박하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테드에서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 박사의 강연을 들었다. 그녀는 뇌출혈로 좌뇌 손상을 입고 8여년 정도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너무도 평화롭고 평안해서 회복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열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이후 회복한 그녀는 자신의 뇌 손상이 어떻게 그런 평온함을 줄 수 있었는지 신경해부학적으로 검증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밝혀낸 것이 인간에겐 감각기관을 관장하는 두정엽이 있는데 그 부분에 손상이 오면 감각이 차단되면서 영적 각성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명상에 깊이 들거나 기도에 몰입할 때와 같은 현상으로 앤드루 뉴버그 팀이 뇌를 영상으로 촬영해서 볼 수 있는 스펙 기술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니까 깨달음이란 두정엽에 감각이 차단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용어를 그대로 옮기면 ‘순수한 인식만 남는 상태’ ‘에고의 사라짐’ 상태. 시공간의 감각이 없어지며, 우주와 하나가 되는 이런 몰아지경의 영적 각성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신경 차단의 정도에 따라 행복감과 평온함이 다르며 신경차단 상태 정도에 따라 각성 상태도 다르다고 했다.

깨달음이란 통신이 차단된 핸드폰처럼 감각 기관의 차단에서 오는 영적으로 ‘텅 빈 상태’ 일종의 ‘황홀한 공황 상태’였던 것이다.

이는 많은 임사 체험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심장이 멈춘 후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약 20초에서 30초가량 살아 있을 때보다 뇌 전 영역에서 감마파가 폭발적으로 감지된다고 한다. 이때의 뇌 상태가 명상이나 깨달음 상태의 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맨의 얼굴이 그토록 빛나고 평온해 보이는 것은 스스로 두 손 두 발을 결박한 것 즉, 감각 기관을 차단한 데서 오는 평온함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타로의 메시지는 물질적인 행복 너머 정신적인 깨달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음이란 뉴런과 시냅스의 활동이다. 생각을 바꿔야 마음도 바뀔 수 있다. 그것이 곧 마음의 처방전이다. 직립한 채 속도전 속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에게 행맨은 삶의 방위를 바꾸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golenelia@hanmail.net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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