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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녹취록' 논란 놓고 국민의힘 사분오열

등록 2021.08.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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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정책비전발표회로 봉합 직후

'저거 곧 정리' 녹취 공개에 갈등 폭발

元 "음성 파일 공개하라" 李 "딱하다"

홍준표·하태경, 元 비판vs최재형 "파일 공개"

서병수"당 대표 흔들지마라"에 의원들 폭발

지도부는 선관위원장 놓고 '2차 충돌' 예고

[제주=뉴시스] 강경태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왼쪽)가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제주에너지공사 신재생에너지 홍보관 앞에서 전동 킥보드 체험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06.23. ktk2807@newsis.com

[제주=뉴시스] 강경태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왼쪽)가 2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제주에너지공사 신재생에너지 홍보관 앞에서 전동 킥보드 체험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대선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둔 국민의힘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각 후보 캠프 간 갈등의 '핵'이었던 예비후보 토론회를 정책비전발표회로 선회하며 당내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예상 밖의 뇌관이 등장하면서다.

'저거 곧 정리된다'는 내용이 담긴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통화내용이 당을 흔들어놨다.

당장 통화 당사자인 원 전 지사와 이 대표는 진실 공방을 벌였고, 대권주자들은 두 사람의 책임 공방을 놓고 갈라졌다.

원 전 지사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정리된다고 한 '저기'는 '윤석열'이라면서 이 대표에 녹취록이 아닌 녹취 음성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원 전 지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딱 네글자다. 딱합니다"라는 말로 파일 공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원 전 지사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여서 두 사람 간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홍준표 하태경 의원은 통화 내용을 폭로한 원 지사를 비판한 반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대표에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홍 의원은 원 전 지사를 향해 "젊은 대표가 조금 부족하면 당의 어른들이 전부 합심해 도와주는 게 맞지 (원 전 지사의 폭로전은) 참 유치하다"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사적 통화를 공개하고 확대 과장한 원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경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원 전 지사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누가 원 후보랑, 이 대표랑 통화하려고 하겠나. 저라도 겁나서 통화하고 싶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와 원 지사 간 갈등이 당 인사들의 신뢰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원 전 지사측은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통화 녹취록 공개)하면 불가피한 것이고, 원 후보가 하면 폭로전인가. 왜 이제 와서 원 후보에게만 더티플레이라고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최 전 감사원장은 "내밀한 내용이 공개되는건 적절치 않지만 논란이 됐다면 그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도리"라면서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정작 통화 내용에 오른 윤 전 총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 측 갈등에 굳이 끼어들어 당내 갈등을 확산해선 안된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최근 들어 토론회나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통화 녹취록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당내 또 다른 갈등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발(發)로 촉발됐다.
경준위의 토론회 일방 강행, 봉사활동 기획 등으로 각 캠프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서 위원장이 18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끼리 당내 갈등, 싸움에 휩싸일 때가 아니다. 이준석을 흔들지 말라"고 한 발언이 내재됐던 갈등에 불을 지폈다.

서 위원장이 의원총회 마무리 직전 마이크를 잡는 순간 장내에서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의원들이) 저게 뭐하는 짓이냐며 벌떼같이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곽상도 의원은 서 위원장이 발언을 마치자 마자 "진짜 우리가 원하는 말씀을 거꾸로 하면 안된다"고 맞받아쳤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뉴시스에 "분란을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하면될 걸 뭘 떠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망신을 당하는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중진들이 지금껏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참고 있었는데 서 위원장이 공정이니 상식이니 이야기를 하니 폭발하지 않았겠나"라고 전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준석)-원(희룡) 갈등에 대해서도 "녹취록 없다더니 이제와서 앱을 깔아놨다. 당 대표가 거짓말 까지 한다"라고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도 내분에 휩싸였다.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가 월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 의견이 나뉘었으나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안으로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김재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경준위 월권 논란을 부른데 대해 질타하듯 "정신차려야 한다. 말조심 하라"라고 한게 발단이 돼 언성을 높이고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이 대표도 당이 시끄러운데 책임이 있는데 경고라니,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경고한다"라고 맞섰다고 한다.

지도부내 더 큰 문제는 '예고된 갈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거관리위원장에 맡기려 하고 있어서다.

최고위원 다수가 서 위원장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이 대표가 강행하려 한다면 2차 충돌이 불가피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겠다고 들었다. 자기 사람을 한 사람 더 늘리면 이 대표가 더 주도권을 갖게 될 텐데 서 위원장이 선관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곧 경선을 해야 되는데 당 내부에 분란이 부각되고 해서 당원들도 난리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얼음판으로 가니 참담하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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