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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끼면 AI강사가 설명'…가상현실 만난 심폐소생술

등록 2021.09.14 10: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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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확산…심폐소생술도 VR 활용

서울아산병원, 국내 병원 첫 VR 심폐소생술 교육

마네킹센서로 압박깊이 등 실시간 확인···AI 피드백

[서울=뉴시스]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에서 한 직원이 가상현실 속 인공지능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1.09.14

[서울=뉴시스]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에서 한 직원이 가상현실 속 인공지능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1.09.14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 높은 빌딩이 즐비한 어느 길거리에 서 있다. 갑자기 눈 앞에 행인이 쓰러진다. “환자 의식을 확인하세요!” 인공지능 강사가 옆에서 알려준다. 환자 의식을 살피고 주변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급한 마음에 손으로 지목하지 않고 불렀더니 강사가 “손으로 정확히 지목하세요”라고 일러준다. 의식과 호흡이 없어 심정지 환자로 판단하고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졌는지 강사가 너무 빠르다고 알려준다. 이때 한 행인이 자동제세동기를 건네준다. (중략) 전기충격 후 가슴압박을 재개하자 환자가 깨어난다. ‘살았다!’ 주변의 박수소리와 함께 VR 화면이 종료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의료 현장의 심폐소생술 교육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T) 기반 가상현실(VR)기술을 활용해 생생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감염병 유행으로 대면교육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VR 기술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증환자가 찾는 병원으로 심정지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행해왔다. 급성 심정지 상황을 목격하면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 꾸준히 교육받지 않으면 몸이 바로 반응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심폐소생술 교육은 여러 명의 학습자가 모여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훈련하는 방식이었다. 새로 도입된 VR 심폐소생술 교육은 한 명씩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화면 속 인공지능(AI) 강사에게 일대일로 설명을 듣는 방식이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간 학습자는 인공지능 강사와 눈을 마주치며 ▲의식 확인 ▲도움 요청 ▲호흡 확인 ▲가슴 압박 ▲자동제세동기 사용 등 심폐소생술 방법을 안내 받는다. 실습 중 집중하지 않거나, 행인에게 눈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어깨를 충분히 두드리지 않는 등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AI 강사가 바로 피드백을 준다.

마네킹에는 정밀센서가 장착돼 있어 가슴 압박 깊이와 속도가 실시간 화면에 표시된다. 학습자는 이를 확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즉시 교정할 수 있다. 합격할 때까지 반복학습도 가능하다.

VR 교육을 원하는 학습자는 원하는 시간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실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다른 학습자를 마주하지 않아도 돼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소장(호흡기내과 교수)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실제와 유사한 환자 경험을 반복 체험할 수 있다"며 "직원의 응급대처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지킬 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안전까지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심장협회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지정한 ‘기본심폐소생술 공식훈련기관’으로 직원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소방관, 외부병원 종사자, 학생, 직장인 등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행해왔다. 지난 19년간 서울아산병원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비의료인은 1만4천명 이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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