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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몰도바에 "EU와 관계 줄이면 싼 값에 가스 공급"

등록 2021.10.27 1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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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에너지대란에 11월20일까지 국가비상사태

러시아, 몰도바에 7억9천만달러 부채상환 연기 제안

가스가격 25% 인하 조건도 내걸어…협상 성과 없어

푸틴 '에너지 정치적 무기화' 지속…전문가 비판 쇄도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 몰도바에게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약화를 대가로 가스 공급을 제안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Gazprom)은 몰도바에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정'하고 'EU와 합의한 에너지 시장 개혁을 연기'하면 싼 값에 가스를 공급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가즈프롬이 지난주 협상에서 몰도바에 EU와의 무관세 무역 협정을 수정할 준비가 되면 가격을 인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EU와 합의한 가스시장 개방 및 경쟁 확대 이행을 연기할 것도 요구했다고 한다.

협상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마이야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스 협상을 광범위한 정치적 해결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산두 대통령은 친(親) EU 성향이다.

FT는 시장 분석가들을 통해 가즈프롬이 몰도바의 유일한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이용, 러시아로부터 벗어나 서방으로 향하겠다고 공언한 몰도바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스통신을 보면 제안 내용은 좀더 구체적이다. 가즈프롬이 몰도바에 7억9000만 달러 부채 상환 연기와 함께 가스 가격 25% 인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몰도바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장기 계약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몰도바는 옛 소련에 속해 있던 독립국가(CIS) 중 하나로, 전력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부족으로 오는 11월20일까지 한 달 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가즈프롬은 지난달 장기 계약이 종료된 뒤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3분의 1로 줄였고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전의 몇 배가 넘는 가격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타스통신은 가즈프롬은 기존 합의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면서 몰도바에 1000㎥ 약 790달러에 가스를 팔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균 148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몇 배나 올려 받고 있는 것이다. 가즈프롬은 또 몰도바가 올해 9월과 10월 수입한 가스 값을 전액 지불하면 계약을 11월까지 한시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몰도바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하기 위해 수입 경로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26일엔 폴란드 석유가스회사(PGNiG)로부터 가스를 공급 받았는데, 러시아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이다.

이 밖에 EU 회원국인 루마니아에서도 또 다른 시험 수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타스통신에 따르면 폴란드산 가스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거쳐 수입해야 하는 만큼 교통비 등까지 포함해 1000㎥당 1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 또 수입량도 턱 없이 부족해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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