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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D-10]안철수, '완주 책임정치'·'철수 정치' 사이 딜레마

등록 2022.02.27 07:00:00수정 2022.02.27 08: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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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결렬 후 尹 지지율 하락…安 주도권

대선 완주 통해 다당제 구현 책임 정치 실현

4번째 중도사퇴시…정치적 기반 상실 위험도

야권 분열 책임론…정치적 입지·자금은 부담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2.02.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2.0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정치 인생 최대 갈림길에 놓였다. 투표일을 10일 남겨두고 대권 완주와 야권 단일화의 기로에 직면한 것이다.

27일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4자 대결구도에서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강 후보들이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정체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안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를 거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4자 구도에서 10~15%의 득표를 얻을 경우 대선 후 다당제 구축을 위한 자체 생존력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안 후보가 윤 후보의 거부로 단일화 프레임을 깨긴 했지만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안 후보 책임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득표율이 15% 이하에 머물 경우 선거자금 보존 부담도 적잖다.

다당제 통한 정치교체 책임정치 실현…尹 단일화 거부 책임론 약화

안 후보는 완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이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윤석열 후보가 거부해 단일화 프레임과 책임론에서 상당 정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만남 요구에도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단일화 결렬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초접전 양상을 벌이고 있어 안 후보가 단일화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윤 후보가 경선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그 책임은 실기한 윤 후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또 안 후보가 양당 체제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 체제를 정착시키는 정치 교체를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다당제 신념에 대한 책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완주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안 후보가 완주 후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 후보가 다당제 구축과 통합·연합정부를 약속한 만큼 안 후보의 정치적 위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안 후보가 대선 이후 자기 정치를 하며 중도 세력을 키우려는 의중이 커보인다"며 "계속 다당제를 강조하는 것만 봐도 그런 의도 아니겠나. 중도를 강조하면서 자기 세력을 키우고 차기를 노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론도 있다. 신 교수는 "안 후보가 다당제나 차기를 노리기 위해 완주할 경우 국민의당의 당세는 더 쪼그라들게 된다"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캐스팅보트를 하려면 최소 20석에서 30석은 있어야 한다. 국민의당의 의석수는 3석"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정권교체라는 명분과 (단일화로 얻을 수 있는) 실리를 다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4번째 중도 사퇴 시…정치적 기반을 상실할 위험도

안 후보가 이번에도 단일화로 중도 사퇴하면 "안철수는 철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된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기반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안 후보의 정치 인생에 가장 큰 실책으로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직 양보를 꼽는다. 정계 입문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철수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이른바 '새정치' 열풍을 타고 유망 정치인으로 떠올랐던 당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대통령이 됐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대선마저 중도 사퇴하게 되면 안 후보는 네 번째 '철수'를 하게 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고 박 시장에게,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보하며 중도 사퇴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는 여론조사 경선 끝에 오세훈 시장에게 패했다. 이번에도 중도 사퇴할 경우 '철수 정치인'이란 오명을 안고 정치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하면 그나마 중도 사퇴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통 큰 단일화'는 결국 담판을 통한 안 후보의 자진 사퇴, 즉 '양보'다. 안 후보가 사퇴하고 윤 후보를 지지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거다.

익명을 원한 야권의 한 원로 인사는 여러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면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이루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다만 인간은 합리성에만 기초해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고, 안 후보가 지금껏 보여온 행보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인사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았을 경우 윤 후보가 이기든 지든 정치적 포지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안 후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단일화는 무조건 된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존심, 체면 등 여러 요소 때문에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며 "안 후보가 결단을 통해 정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결단할 명분의 자락을 국민의힘이 깔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후보가 '단일화 문제는 나한테 맡겨달라' 했다고 전하면서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몇차례 통화하고 대화를 하면서 안 후보의 특징을 파악했을 거다. 안 후보가 노멀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단일화 협상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일화 1차 마지노선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8일 이전이다. 2차 기한은 내달 4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직전인 3일이다. 본투표(9일)를 하루 앞둔 8일까지도 단일화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원내외 인사를 통틀어 어느 누구 하나 안 후보의 선택을 확신하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윤·안 후보 간 정치적 교감만이 야권 단일화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安, 완주 시 야권의 분열 책임론 공세 부담…선거자금 보존은 부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는 12%의 지지를 얻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각 38%, 37%를 기록한 데 비하면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전주 대비 1%p 상승하며 선거자금을 보존해주는 득표율 15%를 향할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양강 후보에 표가 쏠릴 경우 안 후보가 선거 비용을 보전 받는 15% 득표율을 장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대선에서는 10%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 비용의 절반, 15% 이상을 득표할 경우 전액을 보전 받는다. 10% 미만 득표율이면 기탁금 3억원도 돌려받지 못 한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70억에서 80억원 가량으로 알려진 특별 당비를 납부한 것을 완주 의사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 후보는 교섭단체 후보로 선거보조금을 넉넉히 받았지만 현재 국민의당은 3석을 가진 비교섭단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거보조금은 2%만 배분 받을 수 있다. 이에 선거 비용 조달을 위해 안 후보가 사비를 털 수 밖에 없던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를 통한 합당 수순을 밟으면 그 비용을 우리당에 승계해달라는 조건을 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양당의 합당 실무 협상 당시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의 빛을 승계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자산가'로 알려진 안 후보에게 더 중요한 건 정치적 입지다. 안 후보가 완주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권교체를 바라던 유권자들이 야권 분열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50%가 넘는다.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도 정권 교체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 해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천억 자산가로 알려진 안 후보에게 그 정도 자금은 크게 신경쓸 게 아니다"라며 "야권 분열에 따른 정치적 입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꼴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윤 후보가 단일화 없이 당선될 경우 안 후보는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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