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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돕는다더니 시험날 외면한 공공기관…법원 판단은[법대로]

등록 2023.04.15 10:28:12수정 2023.04.15 1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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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 상대 소송

가맹거래사 시험 장애인 '답지 대필' 공고

시험 당일 감독은 "제공 안돼" 현장서 혼란

법원 "공단 과실 인정…정신적 배상하라"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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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장애를 가진 자격시험 응시생에게 대필 등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공고해놓고, 정작 시험 당일에는 외면한 공공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건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가맹거래사 자격시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시험은 1차 객관식 5지 선택형, 2차 주관식 논술·서술형으로 출제됐는데, 공단은 시험에 앞서 뇌병변 장애의 경우 시험시간 연장, 답안 대필, 별도 시험실 배정 등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뇌병변 장애를 가진 A씨는 지난해 6월 이 시험 1차에 합격 후 2차 시험에 응시하며 공단 측에 장애인 응시 편의 제공 사항인 '답안 대필' 제공을 요청했다. 관련 진단서를 제출했고, A씨 응시표에는 답안 대필 편의 제공 요청자라는 사실이 명시됐다.

준비를 마친 A씨는 지난달 6월25일 시험 당일 오전 두 개 과목을 치렀다.

통상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답안 대필 서비스는 응시생이 컴퓨터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하고, 이를 인쇄해 제출하면 별도로 분류해 시험 이후 용역인이 답안지에 옮겨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A씨도 이 같은 방식을 기대하고, 컴퓨터를 통해 작성한 1교시 답안을 인쇄해 시험 감독자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감독자가 인쇄물을 답지를 별도 분류하지 않고 편철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답안 대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항의했지만 감독자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시험장에서 한바탕 언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A씨는 마음을 추스리고 2교시 시험을 봤지만, 마찬가지로 대필 서비스 없이 답안 안쇄물을 제출해야 했다.

A씨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의제기를 위한 진정을 냈다. 또한 공단 측이 응시편의 제공에 불법을 저질렀다며 정신적인 피해를 이유로 300만원 상당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인권위가 이의제기를 수용하며 A씨는 뒤늦게 대필 서비스를 제공 받아 용역인이 옮겨 적은 답안을 최종 제출했다. 하지만 한 달 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공단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30단독 김관중 판사는 지난달 공단이 A씨가 겪은 정신적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공단은 장애인 응시 편의 제공사항을 명시하고도 답안 작성용 컴퓨터를 제공하였을 뿐 대필 서비스는 예정하지 않았다"며 "준비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준비를 했다고 해도 감독자에게 이를 주지시키지 않고 수험자가 진정을 제기하자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마찬가지 과실"이라고 했다.

이어 "원고는 불안감과 흥분,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2교시 시험을 치러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고 추인된다"며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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