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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 습격 배후' 프레임과 경찰 수사

등록 2024.01.17 13:52:06수정 2024.01.17 14: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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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 습격 배후' 프레임과 경찰 수사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범행 동기와 배후 등 모든 범죄 관련 상황에 대한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습격 사건 이후 두 차례 경찰청을 찾았다. 지난 9일 첫 번째 방문에서는 피의자의 신상·당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12일 두 번째 방문에선 경찰이 범행 동기와 배후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사건 5일 만에 습격범의 범행 계획을 미리 알고도 방조한 70대 남성을 체포했을 때는 "국회 현안질의를 할 때만 해도 보고가 없었는데 긴급 체포됐다. 그동안 단독 범행으로 규정해 온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박상혁 의원)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이 '피의자의 당적은 정당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고, 변명문 공개는 형법에 위배되며, 신상 비공개는 외부위원이 절반 이상인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도 요지부동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범행 동기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살해를 결심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공개하며 "왜곡된 정치 신념이 낳은 극단적인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야당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던 습격범이 택시와 KTX를 타면서까지 이 대표 일정을 쫓아다녔으니 이를 지원한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야당 논리다. 그 배후를 제대로 밝혀내지 않은 경찰 수사는 "한마디로 축소·은폐·정치 수사"(전현희 당대표 정치테러 대책위원장)라고 주장한다.

피의자는 보수 성향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극단적 생각을 갖게 된 인물로 조사됐다. 지금껏 특정 배후 세력의 사주를 받은 흔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양극화된 정치가 낳은 괴물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의원 등 앞선 정치인 피습 사건의 범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검찰에 피의자를 송치한 경찰을 향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건 '배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라'는 것과 같다. 정치권이 그토록 비판해 온 프레임 수사다.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적대감과 혐오가 실제 칼날이 되어 정치인을 겨눈 비극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또 다른 분노를 낳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만만한 게 경찰"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방조범을 추적하고, 사라진 이 대표의 와이셔츠를 찾기 위해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결국 확보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다.

극단적 정치를 조장해 온 이들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없을까. 그 책임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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