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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생(生)의 예찬…무지갯빛 조각·회화 '봄의 산수'

등록 2024.03.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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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서 첫 개인전…'마치 MARCH'전

암투병 중 시간성 시각화한 신작 전시

비단에 물감 흐르는 회화 연작도 공개

국제갤러리 K3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갤러리 K3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구순의 목조각가' 김윤신 개인전으로 주목 받고 있는 국제갤러리는 올 봄 여성 작가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김윤신 전시와 더불어 K3 공간에서 선보인 설치미술가 강서경 전시는 리움미술관 전시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마치(MARCH)'를 주제로 신작 조각과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회화 작품를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서경의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에, 마치 행군 하듯 내보인 전시는 사각 그리드의 '강서경 세계관'을 새롭게 보여준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암 투병중임을 알린 작가는 “투병을 하면서 미술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관객들에게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비단에 그린 회화 작품을 무지갯빛처럼 선보인다.


국제갤러리 K3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갤러리 K3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의 주요 개념인 ‘정(井)’ 및 ‘모라(Mora)’를 중심으로 펼친 전시는 ‘진정한 풍경 (眞景)’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시각적 문법을 관통하는 '사각 그리드'의 논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바둑판처럼 생긴 정간보 안에서 ‘우물 정(井)’자 모양의 각 칸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

마치 땅속 깊이 파고든 우물과 같이, 강서경은 각 ‘정’의 터전 위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화가 서술하는 시공간을 확장한다.

자신의 회화를 시간을 담는 틀로 활용하는 강서경의 신작 '모라 - 누하' 연작은 시간성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군이다.
강서경_모라 55 × 40 — 누하 #16〉 2014-2023 Gouache, dust, acrylic panel, silk mounted on paper, silver leaf frame 55 x 40 x 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_모라 55 × 40 — 누하 #16〉 2014-2023 Gouache, dust, acrylic panel, silk mounted on paper, silver leaf frame 55 x 40 x 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은 캔버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수평으로 눕힌 캔버스 위로 쌓아 올리는 물감은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 흘러내리게 마련이고 각기 다른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도출되는 캔버스의 옆면은 일찍이 강서경 회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는데, 누하동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이번 '모라 - 누하' 연작은 오랜 시간 캔버스의 면면을 따라 흘러내려 밑으로 떨어지는 물감을 모아 종이에 비단의 층위를 덧대어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업은 작가의 시간에 대한 초상이자 개인의 일상 속 시간이 축적해 나가는 역사성에 대한 시적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강서경 〈아워스 — 일 #23-15〉 2022-2023 Painted steel, silk, Korean hanji paper, gouache, rope, brass bolts, leather, scraps 72 x 62 x 8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 강서경 스튜디오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 〈아워스 — 일 #23-15〉 2022-2023 Painted steel, silk, Korean hanji paper, gouache, rope, brass bolts, leather, scraps 72 x 62 x 8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 강서경 스튜디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워스 - 일' 연작 안에서 강서경의 '모라' 회화는 둥근 나무 프레임 안에 담긴다.

실을 꼬아 수놓은 나무 프레임은 생(生)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자 여성의 노동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더 나아가 나무 프레임의 둥근 형태는 그 모양으로서 직접적으로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데, 그러한 나무 프레임이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 비단은 새벽과 석양의 하늘빛을 닮도록 은은하게 염색되어 있다.

강서경 〈정 井 #01〉 2023-2024 Color on silk mounted on Korean hanji paper, thread, wood frame Approx. 153 x 153 x 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 〈정 井 #01〉 2023-2024 Color on silk mounted on Korean hanji paper, thread, wood frame Approx. 153 x 153 x 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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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K3 전시장. 강서경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갤러리 K3 전시장. 강서경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K3의 천장과 바닥에는 작가의 새로운 조각군이 소개된다. 브론즈를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제작한 신작 '산 - 아워스'는 공중에서 낮게 매달려 관람객을 맞이하는 한편, 나무 좌대 위에 선 둥근 형태의 작업은 벽 면의 다른 회화를 작품 내부의 공간으로 함께 담아낸다.

꽃잎을 닮은 곡선 고리를 두른 '산 - 꽃'은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을 상기 시키며 봄의 풍경에 방점을 찍는다.

처음엔 낯설어 다가오지 않는 작품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봄의 산수화'라는 의미가 전해진다. 작품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모양과 방향이 변화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품은 설치 작품의 묘미를 준다. 전시는 4월28일까지.

강서경 작가. 사진: 이재안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 작가. 사진: 이재안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서경 작가는?

1977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는 작가는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논리로 직조해 내는데, 특히 ‘진정한 풍경 (眞景)’에 대한 현대적 표현방식을 실험해왔다. 전통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구축해낸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각 작품군은 서로 유기적으로 해쳐 모이며 오늘날 개인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축으로서의 공간적 서사를 제공한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리움미술관, 서울, 2023), 《사각 생각삼각》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Black Mat Oriole》(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2018), 《발 과 달》(시청각, 서울, 2015), 《치효치효鴟鴞鴟鴞》(갤러리팩토리, 서울, 2013), 《GRANDMOTHER TOWER》(오래된집, 서울, 2013) 등 개인전을 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2019), 상하이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2018, 2016),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Groupe Mobile》(빌라바실리프, 파리,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2018년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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