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교란, 전자전 핵심 공격·방어수단…러시아·이스라엘전에도 활용돼
러시아, GPS 교란으로 우크라 미사일 적중률 낮춰
GPS 교란 확대로 발트해 오가는 민항기까지 위협
이스라엘도 GPS 교란 방어 체계…일반 시민 피해
[바흐무트=AP/뉴시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는 GPS 교란 공격을 비롯한 전자전이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28여단 소속 군인들이 미니 다연장로켓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2023.08.21.
GPS 교란은 전파 교란 공격으로 지칭되며, 주로 전시에 활용된다. 실제로 최근 GPS 교란 공격 사례는 러시아, 이스라엘 등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분쟁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주 공격대상은 군용 장비나 선박·항공기 등이지만, 광범위한 GPS 교란 공격으로 민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북한이 2010년대에도 반복했던 GPS 교란 공격으로 인해 일부 GPS 전파 수신에 오류가 발생하는 등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현대전에서 적국을 대상으로 한 GPS 교란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등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 목적의 GPS 교란 행위 등이 빈번히 시도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GNSS) 기술의 일종인 GPS는 물체의 위치·고도·속도 등의 정보를 제공해 운항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미사일이나 드론(무인기)의 공격 지점도 GPS로 정밀 조정하는 기술까지 등장했고, 이에 맞서 GNSS 시스템에 가짜 신호를 보내 공격 지점을 속이는 '스푸핑' 기술도 탄생했다. GPS가 현대전의 핵심 기술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러시아의 경우 우러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동유럽까지 범위를 넓혀 전자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스푸핑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PS 신호 교란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사용 중인 미국의 유도미사일 적중률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자국과 동유럽 사이에 있는 발트해 연안에도 GPS 교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발트해 상공을 오가는 민항기부터 각 국가의 요직을 태운 군용기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GPS 전파 방해 시도로 인해 사고 위험이 증가하자 유럽 항공사들이 발트해 연안 국가인 에스토니아의 타르투공항 취항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국방장관이 탑승한 공군기가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 인근 발트해 상공을 비행하던 중 약 30분 동안 GPS 전파 방해를 받아 인터넷 접속, 위치 확인 기능 등이 차단됐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우-러 전쟁에서 이처럼 전자전이 확대되는 것을 두고 미 우주군 부사령관 존 쇼 중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모든 것을 교란하려고 시도했으며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라며 위성항법 교란 전쟁의 급격한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뉴시스]러시아가 유럽의 위성항법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켜 수천편의 민간 항공편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영국 BBC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핀란드 국적항공사 핀에어의 A350 항공기 모습. (사진 = 핀에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로 인해 이스라엘 도시 내 시민들의 스마트폰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이 영향을 받게 됐다. WSJ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민들의 앱 지도에 레바논 베이루트의 지도가 나타나거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경로 탐색에 혼란을 겪고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GPS 기반으로 손님과 차량의 위치를 알려주는 택시 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GPS 신호 교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최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이 발생한 이후에는 이같은 GPS 교란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같은 스푸핑 방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스라엘의 전장에서 수백㎞ 떨어진 레바논 베이루트나 이집트 카이로 공항도 전파 방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 중 신뢰도가 떨어지는 GNSS 신호를 지속 수신한 인구는 약 4000만명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파 신호 방해 사례가 나타난 지역은 러시아와 인접한 발트해 연안,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흑해, 이스라엘을 비롯해 인접국인 레바논, 이집트 등에서 심했다. 러시아, 이스라엘 인근 외에도 대부분 전쟁이나 국지적 군사 충돌이 있는 곳에서 GNSS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북한의 서해 GPS 교란 시도로 인해 우리 군의 군사작전에 별다른 피해가 나타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은 GPS 교란 대비 탐지체계를 운용해 방어가 가능한 만큼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민간 피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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