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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색하는 중견·중소기업들…"가업승계 부담, 숨통 터줘야"[상속세 개편 공식화②]

등록 2024.06.02 08:01:00수정 2024.06.03 16: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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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속세율 50%, OECD 최고 수준

"현 상속세 너무 높아, 낮출 필요있어"

[세종=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5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세종=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5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정부가 세제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상속세율 인하' 가능성에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상속세율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중견·중소기업계는 특히 긍정적인 기류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정책본부장은 "우리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지금 상속세율은 너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상속세를 포함한 종합적 세제 개편안 검토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최대주주의 할증 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몇 가지 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00년 조정된 이래 24년째 유지 중이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 20%가 더해지면 실제 상속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세율 50%를 기준으로 한 번 상속이 이뤄지면 100이었던 재산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또 한 차례 같은 과정을 거치면 25까지 떨어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세대를 거쳐 지분이 희석되면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가 어렵다. 그러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아 상장 회사들은 주인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떠나 기업에 대한 상속세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재계는 고율의 상속세를 원활한 승계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공통된 고민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아직 '코끼리 비스켓' 수준이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의 가업상속 재산총액 중 최대 600억원을 과세 가액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실제 중기중앙회의 2022년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 76.3%는 가업승계 시 애로사항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았다. 60세 이상 제조업 CEO 비율이 전체의 33.5%(2022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여전히 반강제로 자리를 유지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제22대 국회에 바란다'는 주제로 중소기업 입법과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제22대 국회에 바란다'는 주제로 중소기업 입법과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상속세율 25~26% 가량이다. 상속세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17개국을 제외하면 약 15%로 떨어진다. 캐나다나 뉴질랜드처럼 아예 없애는 것은 어렵겠지만, 세율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칫 방치하다간 영국으로 떠난 아스트라제네카나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이케아의 선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두 기업은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적을 옮겼다.

상속세 개편을 반대하는 쪽은 '부의 대물림' 방치를 우려한다. 제도적 장치마저 흐릿해진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 정책본부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생산하고, 그것이 잘 팔려야 기업이 이익을 얻는다. 그 돈으로 월급을 주고, 세금을 내고, 배당까지 한 뒤에야 남는 것이 이익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기업이 문을 닫으면 그만큼 실업자가 생기면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은 장기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정부는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고용세액공제 혜택 등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매년 실태조사를 해보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검토한다는 첫 번째 이유가 세 부담"이라는 박 정책본부장은 "조금 더 지원이 된다면 부담이 들어드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 경제정책본부장은 "매출액만으로 기업 범위를 정하고 있어 실제 내실은 없는데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물가상승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한 범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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