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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합의' 빠진 합의제기구 방통위

등록 2024.08.04 11:19:30수정 2024.08.04 19: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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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거듭되는 방통위…15개월째 비정상 위원회

巨野, 위법성 강조하며 위원장 탄핵…與野 모두 속내는 '방송장악'

방통위 추진 업무 맥 끊겨…5인 체제 복귀부터 우선해야

[기자수첩] '합의' 빠진 합의제기구 방통위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겉으로 보여지지 않아도, 계획한 업무가 상당한데…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보면 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사무국 직원의 푸념이다. 방통위 파행 운영이 거듭되면서 사무국 공무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 직무대행이 야당의 탄핵소추 표결 전 자진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더니 이번에는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사흘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초유의 사태가 연일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이진숙 위원장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 심판이 이뤄질 때까지 최장 180일 가량 방통위 기능은 사실상 올스톱된다.

야당의 탄핵소추→위원장 자진사퇴 혹은 직무정지라는 악순환의 굴레가 반복되는 단초는 바로 2인 체제 의결이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상임위원들의 의결을 통해 현안들을 처리해왔다. 위원회는 대통령 지명 2인과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두 명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2인 체제가 이어져 왔다.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야당 추천 후임자를 두고 갈등을 빚다 인선이 멈췄다.

현재 거듭되고 있는 방통위 파행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5인 의결 체제로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게 방송통신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지만 집권당에 유리한 구조다. 위원회 회의가 다수결 의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히 방송 현안에 있어서는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대 또는 퇴장하고 여권 방통위원만으로 가결되는 사례가 거듭되곤 했다. 여야 추천을 받아 위원들이 임명된 만큼 진영 논리에 따라 의사 결정이 이뤄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을 이어 방통위가 현행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야당 입장에선 방송 현안과 관련해 집권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역할을 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도 사무국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추진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사안에 대해 야당 추천 의원들이 별도로 위원회 정책을 비판하는 간담회를 열거나, 회의를 보이콧하며 특정 사안울 공론화할 수 있다. 여당 입장에선 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정책 결정과 추진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방통위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꺾인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추진해 온 업무들은 맥이 끊기게 됐다. 방통위가 진행해 온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과징금 처분을 비롯해 스팸문자 대응, 인공지능(AI) 이용자 보호법 추진 등 각종 현안 업무들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방통위가 2008년  합의제 기구로 출범한 것은 민감한 방송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서 만큼 여야 합의 정신을 기반으로 정책을 결정해 달라는 취지였다는 점을 여야 모두 이제라도 곱씹어봐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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