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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임금, 시민권 등으로 속여 예멘 용병 모집, 우크라 전장에 투입”

등록 2024.11.25 00:18:53수정 2024.11.25 09: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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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러 지원받는 후티 반군, 용병 모아 전선에 보내"

귀국한 용병 "거부하는 신병에 권총 쏴 위협하기도" 증언

후티 반군의 ‘인신매매’ 작전을 통해 속아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멘의 용병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있다.(출처: FT 공개 동영상 캡처) 2024.11.25.  *재판매 및 DB 금지

후티 반군의 ‘인신매매’ 작전을 통해 속아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멘의 용병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있다.(출처: FT 공개 동영상 캡처) 2024.11.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가 중동 예멘의 후티 반군 관련 회사를 통해 용병을 모집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으며 이들은 속아서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도록 수백 명의 예멘인을 모집했는데 이들은 러시아와 후틴 반군이 은밀한 인신매매 작전을 통해 데려온 사람들이다.

러시아로 온 예멘 신병들은 FT에 고액 연봉의 일자리와 심지어 러시아 시민권까지 약속받고 왔다고 말했다.

후티 관련 회사의 도움으로 러시아에 도착한 이들은 강제로 러시아 군대에 편입돼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으로 보내졌다.

러시아가 이처럼 해외에서 병력을 충원하는 것은 사상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자국민 전면 동원을 피하려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네팔과 인도의 용병과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에서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 정규군 약 1만 2000명도 그런 경우다.

미국 외교관들은 러시아와 후티 반군 사이의 이러한 협력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예멘 특사인 팀 렌더킹은 러시아가 후티 반군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무기 이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논의되고 있는 무기의 종류는 매우 놀랍고, 후티 반군이 홍해와 그 너머의 선박을 더 잘 공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중심 싱크탱크인 사나 전략연구 센터의 책임자 마게드 알마다지는 “용병들은 후티족이 러시아와 연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조직했다”고 말했다.

후티 운동의 공식 명칭인 안사르 알라의 정치국 위원인 모하메드 알 부하이티는 이번 달 초 러시아 뉴스 웹사이트 메두자에 러시아 지도부와 정치 경제 군사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텀 하우스의 걸프 지역 전문가인 파레아 알 무슬리미에 따르면 예멘 용병 중 훈련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고, 많은 용병이 그곳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슬리미는 “러시아에 필요한 것은 군인이고, 후티가 그들을 위해 모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예멘은 매우 가난해 용병 모집히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FT가 본 예멘인의 계약서에는 유명한 후티 정치인인 압둘왈리 압도 하산 알-자브리가 설립한 회사도 있다.

오만 살랄라에 등록된 알 자브리 회사의 등록 문서에는 여행사이자 의료 장비 및 의약품 소매 공급업체로 나와 있다.

예멘 군인 모집은 7월 초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FT가 확인한 한 입대 계약서는 7월 3일자였으며, 니즈니 노브고로드시에 있는 계약 군인 선발 센터의 책임자가 서명했다.

FT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나빌이라는 신병은 자신이 9월 모스크바에 도착한 후 러시아군에 징집된 약 200명의 예멘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경험이 많은 전사였지만, 많은 사람들은 군사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그들은 속아서 러시아로 갔고 읽을 수 없는 입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그는 말했다.

나빌은 실명을 밝히지 말도록 요청했으며 보안과 엔지니어링 같은 분야에서 수익성 있는 일자리를 약속하며 공부를 마칠 만큼 돈을 벌고 싶어서 유혹을 받았다고 말했다.

몇 주 후, 그는 우크라이나의 숲에서 새로 도착한 다른 네 명의 예멘인과 함께 숨어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 휘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FT와 공유한 영상에서 한 남자는 “우리는 포격을 받고 있다. 지뢰, 드론, 벙커 파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 동료가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남자들은 지뢰가 가득한 숲을 가로질러 나무 판자를 나르고 있다고 말했는데 폭탄 피난처를 짓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는 5분도 쉬지 못한다.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며칠 후에 보낸 또 다른 메시지에는 겨울 옷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영국에 사는 나빌의 삼촌은 지난주 조카가 최근에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를 요청한 또 다른 예멘인 압둘라는 러시아에서 드론을 제조하는 일을 하면 보너스 1만 달러와 월 2000달러 그리고 러시아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9월 18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압둘라는 자신을 포함한 한 그룹이 모스크바에서 5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시설로 강제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간단한 아랍어로 말하는 한 남자가 러시아어로 된 입대 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자 머리 위로 권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서워서 서명했다며 그런 다음 버스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가서 기초적인 군사 훈련을 받고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로스토프 근처의 군사 기지로 보내졌다.

압둘라는 “인간을 거래하는 사기꾼들에 의해 전쟁으로 끌려온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알 자브리 일반 무역 및 투자회사 SPC’는 법인 등록 문서에 기재된 주소로 보낸 여러 전화와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설립자인 알 자브리도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압둘라는 이번 달 초 오만을 경유하여 러시아를 떠나 예멘으로 갈 수 있었던 11명의 예멘인 중 한 명이었다. 이는 주로 여론의 항의 이후 예멘 정부에 압력을 가한 예멘 이주민 국제 연맹의 노력 덕분이라고 FT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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