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①]시민들 '일상적 사투'…집회·소송도 불사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일 초여름에 가까울 만큼 기온이 높아진 가운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미세먼지가 서울을 덮은 가운데 중랑천에서 바라본 도봉산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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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포로 외출 기피하는 시민들 증가
"숨이 턱 막히는 공포" "집에서도 창문 못 열어"
일반 시민들이 항의 집회…韓·中에 소송 제기도
【서울=뉴시스】임종명 심동준 기자 =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임민철(30)씨는 최근 외출할 때 기침이 잦아진 것을 느낀다. 마스크를 하루에 2~3회 착용해보지만 효과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임씨는 "목이 칼칼해 개운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탕을 입에 물어 보지만 그때뿐이다"라며 "미세먼지가 실제로 심각하구나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날 맞이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판 뒤집기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체육대회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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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미세먼지만 있으면 코가 괴로워 죽을 지경인데 요즘에는 눈에 알레르기까지 생기고 있다"며 "그렇다고 3000원짜리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매번 쓰기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더욱 늘고 있다. 잦은 기침과 비염 발생 등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고 있어 외출 자체를 꺼리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국민환경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 질이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이라고 느낀다'는 답변은 38.2%였다. 55.2%는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이권일(29)씨는 미세먼지로 인한 '외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미세먼지를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공포'라고 지칭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날 맞이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이날 체육대회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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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모(30·여)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져 이비인후과에서 '면역주사'를 맞고 있다.
유씨는 "비염 때문에 환기를 자주 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니 최악"이라며 "비염도 점점 심해져 이참에 알레르기를 완화시킬 수 있는 면역주사를 주 1회씩 맞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도 필수품이다. 유씨는 "기관지가 약한 편인데 마스크를 안 하고 나갔더니 목이 부어 고통스러웠다"며 "50개 들이 방진마스크를 구입해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김성숙(45·여)씨는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공기청정기,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청소기 등으로 중무장했다.
【전주=뉴시스】홍효식 기자 = 20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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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대 외국산 공기청정기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라며 "올 들어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이 잦아지자 기존보다 더 비싼 제품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cafe.naver.com/dustout)'는 지난해 5월 만들어졌다. 현재는 회원수만 5만명이 넘는다.
이 카페에는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미세먼지 대책들이 빼곡하다. 회원들은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나 공기청정기 구입 정보를 나눈다. 아예 집 창문에 환풍기와 필터로 만든 환풍시설을 설치하고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관실에서 열린 '미세먼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환경재단 직원들이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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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의 싸움을 못 이겨 소송까지 나선 이들도 있다. 환경재단 최열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는 지난 5일 대한민국과 중국을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폐활량에 자신이 있던 안 변호사는 미세먼지에 대해 큰 경각심이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달 3월27일 춘천 봉의산을 뛰어오르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천식이 발생한 이래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느껴 소송에 나섰다고 한다.
안 변호사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인데 국가에서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원인을 파악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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