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란 시위도 美와 거리두기…유엔 공동 성명에 부정적
【런던=AP/뉴시스】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이란 반정부시위 지지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8.1.3.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EU 회원국들이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이란 정권을 규탄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위원회(UNHRC)를 통해 이란 정부 규탄을 위한 공동 성명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현재로선 EU가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전달 28일 이란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자 지지를 표명하고 이란 정부를 맹비난했다. 반면 EU는 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이란 정부의 과잉 대응을 경고하는 수준의 성명만 냈다.
EU는 트럼프의 이란 시위 공개 지지가 이란 내 정치종교적 강경파에 악용돼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이 강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엘리 제란마예 연구원은 "유럽은 현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튀는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그가 이란 내 과격 세력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우려가 낲다"며 "불에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제란마예 연구원은 "EU의 메시지는 트럼프와는 꽤 다르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시위자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되 로하니에 '지켜보고 있다'는 일정한 신호를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과 EU는 이란 문제를 놓고 이견을 빚어 왔다. 트럼프는 이란과 국제사회가 2015년 체결한 핵협정 폐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EU는 위반 징후가 없다며 이를 반대 중이다.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라즈 짐트 연구원은 "이란 정권이 시위 진압을 위해 더 많은 폭력을 행사한다면 EU도 훨씬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이란 정부는 무리한 무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지난달 예루살렘 문제를 놓고도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자 EU는 중동 평화를 저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미국의 예루살렘 선언을 반대하기 위한 유엔 총회 결의안에도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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