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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트럼프의 핵협정 폐기 노선 바꿀까

등록 2018.01.04 11: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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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미군 지도자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2018.1.4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미군 지도자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2018.1.4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이란에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폐기 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로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폐기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미국이 이란 정부의 손에 놀아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재평가해야 한다. 그는 작년 10월 이를 '불인증'한다고 선언했지만 미 의회가 추후 조치를 취하지 않자 백악관 규정 대로 90일 만에 다시 평가를 하게 됐다.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은 10여 년간의 협상 끝에 2015년 7월 핵협정을 타결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대 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로 핵협정 정신을 저버리고 있다며 핵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다른 협정 참가국들은 이란이 위반 없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이란 핵협정을 놓고 더욱 대담한 조치를 취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과거의 이란 시위를 지나치게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에도 미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 핵협정 폐기를 만류해 왔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로 이란 정권이 흔들리자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이란 강경파인 리처드 골드버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대통령은 제재를 면제함으로써 사람들이 거리 시위를 하고 있는 곳의 독재자들에게 계속 돈이 흘러들어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앤드루 보웬 연구원 역시 "현 상황의 이점을 누려야 한다는 계산이 있는 것 같다"며 "이란 정권은 이미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재를 계속해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협정 폐기를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중동 전문가 데니스 로스는 "이란이 무슨 일을 벌이는 지에 대해 조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 관심을 굳이 우리 쪽으로 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를 강화하면 이란 정권이 외부 세력의 압력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할 빌미를 주게 된다"며 "이란은 이 사태를 국가주의 문제로 몰고 가길 원한다. 그들에게 우리를 표적으로 삼을 이유를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외세 개입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이 손잡고 이란 압박과 고립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시위가 경제난에 항의하며 시작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핵협정으로 서방이 경제 제재 완화를 약속했음에도 구체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폐기를 반대하는 서방 당국자들은 이란 제재를 다시 늘릴 경우 미국은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고 주장하는 이란 강경파들이 더욱 득세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란 핵협정 문제를 이번 반정부 시위와 연관짓지 말고 별도 제재를 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협정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이란 고위 관료들의 자산 동결 같은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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