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의 스타트UP]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존귀함을 이야기 합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꽃으로 형상화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 성격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email protected]
18일 성동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만난 윤홍조(33) 대표는 마리몬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조명한 플라워 패턴을 만들어 폰케이스, 의류, 문구류, 액세서리 등 각종 디자인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는 업체다. 윤 대표는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사회적 기업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리몬드는 2012년 설립 이후 5년 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달성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 윤 대표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꺼내놓거나 보여지게 되는 액세서리이고 스마트폰에 개인정보가 많이 담기면서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시 하게 됐다”면서 “(인기가 많은 건) 꾸미는 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정체성이 부여된 물건을 통해 자신이 가치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리몬드의 폰케이스는 2015년 초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사용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윤 대표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매출이 반등했다”면서 “고객들이 많이 알게 돼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원래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원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대학동아리 활동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고려대 출신인 윤 대표는 학내 지역사회 비즈니스 모델 구상 동아리 ‘인액터스’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알게 됐다.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다문화 문제, 위기 청소년 문제 등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형태로 운영됐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창업 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윤 대표도 사업상 여러 난관을 겪었다. 그는 “아무래도 시작하는 기업이다 보니 퀄리티나 서비스에서 원하는 수준을 못 맞추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전문가들이 입사해서 많이 해결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꽃으로 형상화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 성격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2018.01.18.
[email protected]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최소 50% 이상을 할머니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전달된 기부금은 나비기금, 캠페인경비,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역사관 건립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된다.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달 완료금액만 16억원이 넘는다.
【서울=뉴시스】마리몬드 폰케이스. 2018.1.18(사진=마리몬드 제공) [email protected]
‘아무것도 없는’ 대학생이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창업 진흥 기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한국사회적기업가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금액을 지원 받았다”고 전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1년에 300~500기업을 뽑아 최소 2000만~300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은 20~30개 기업은 정몽구 재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1년간 90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 마리몬드는 이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디자이너 채용, 생산 작업 등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앞으로 가치 소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미 부여 소비에 대해 지불 용의가 커지는 현상이 생기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거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퀄리티 측면에서 영리기업보다 더 뛰어난 퀄리티를 추구하게 되면 사회적 기업 시장 자체의 벽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동반자’라고 하는데, (이분들이) 항상 말씀하셨던 게 평화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야 한다는 그런 가르침”이었다면서 “학대피해아동 같은 ‘동반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꽃으로 형상화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 성격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2018.01.18.
[email protected]
이어 “아직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문제라는 프레임이 있는데 사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권 문제”라며 “그 나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위안부 문제는) 인권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내놨다. “지금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창업을 권장하는 분위기인데, 취업을 위한 창업이 되면 안 된다”면서 “창업 이유가 명확할 때 그 과정에서 위기가 와도 포기를 안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