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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트럼프 만나러 미국행…불편한 의제만 한가득

등록 2018.04.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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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분쟁·나토 분담금·이란 핵협정 등

작년 3월 백악관 회담 때도 어색함 연출

같은 날 남북 정상회담으로 관심도 낮아

【함부르크=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뒤편)가 2017년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에서 손짓하고 있다. 2018.4.27.

【함부르크=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뒤편)가 2017년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에서 손짓하고 있다. 2018.4.27.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다. 두 번째 방미 일정이지만 무역 불균형, 이란 핵협정, 국방비 지출 등 껄끄러운 의제만 산적하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지난해 3월 이후 두 번째로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그는 작년 9월 독일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뒤 올해 3월 총리로서 4번째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미는 악재가 수두룩한 가운데 치러진다. 5월 미국의 유럽연합(EU)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유예 만료(1일), 이란 핵협정 탈퇴 여부 결정(12일)을 앞둔 데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려 미국의 시선이 온통 북핵 문제로 쏠려 있다.

 미 국무부 관리를 지낸 제러미 샤피로 유럽대외관계위원회(ECFR) 리서치국장은 "메르켈이 워싱턴에 가지만 미국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작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과 독일은 껄끄러운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불공정 거래로 대미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독일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사회 안정과 범대서양 협력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이 더는 동맹인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운명을 책임지자고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양국 사이는 1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주도한 유럽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자유 무역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U는 5월 1일까지 적용을 유예받았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미국이 추가 관세를 물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3.18.

【워싱턴=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3.18.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나토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압박도 지속하고 있다. 그는 독일이 2014년 나토 회원국들이 맺은 약속대로 하루속히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독일은 현재 GDP의 1.2%를 방위비로 쓰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4기 정부를 출범하면서 방위비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정부 내부적으로 국방비 인상보다는 분쟁 지역 개발 지원 비용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두 정상은 이란 핵협상을 놓고도 이견을 드러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국제사회가 2015년 체결한 핵협정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폐기를 경고했다. 그는 5월 12일 이란 핵협정 갱신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에 사흘 앞서 방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도 대통령도 미국의 핵협정 잔류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26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탈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을 제외한 핵협정 참가국들은 모두 협정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완벽하지 못한 협정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며 미국이 빠져나가면 이란의 핵위협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그밖에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도 의견 충돌을 빚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독일이 러시아와 추진하고 있는 '노르드 스트림 2'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양측은 지난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이며 서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 촬영 시간 메르켈이 악수를 제안하자 트럼프가 듣지 못한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회동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주의를 강조하고,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은 자유 무역과 나토 동맹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회동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샤피로 국장은 "이런 식의 관계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 유럽은 그냥 골프코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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