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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불을 끼고 일하는 이들…대장간·삼계탕집의 한여름

등록 2018.07.29 13: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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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식 사우나' 삼계탕집 주방, '건식 사우나' 대장간

"삼계탕 계속 끓이니까 체감상 60도 되는 것 같아"

닭 초벌로 삶고 주문 오면 다시 끓여…꽉 찬 습기

가스, 연기 발생해 문 열고 선풍기만 트는 대장간

화덕 앞은 100도…"주머니 속 라이터가 터지기도"

"더위 해소법? 망치질 하다 보면 더운 것도 잊어"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불볕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서울 은평구 형제 대장간에서 류상준(64)씨가 스프링해머로 쇠모양을 다듬고 있다. 2018.07.27.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서울 은평구 형제 대장간에서 류상준(64)씨가 화덕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스프링해머로 쇠모양을 다듬고 있다. 2018.07.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연일 한증막 사우나를 연상케하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고온의 불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위를 더욱 직격으로 맞고 있다.
 
 삼계탕집은 폭염이 강할 수록 손님들이 더 즐겨 찾는다. 서울의 한 삼계탕집 주방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식당으로 나와 점심, 저녁 때 끓일 삼계탕용 닭을 손질했다. 더위가 곧 대목인 이들은 습한 주방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대장간에서 일하는 대장장이들은 매일 불과의 전쟁이다. 서울 은평구에 자리잡은 형제대장간의 대표 류상준(64)씨는 "입맛이 없어 점심 먹기 힘들다"며 "더워서 물건조차 만들기 싫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습식 사우나' 삼계탕집…"계속 끓이니까 체감상으론 60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삼계탕집 주방에서 일하는 윤모(52)씨는 중복인 지난 27일 오전 7시부터 나와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씨는 주방 온도가 얼마나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밖이 30도가 넘는다는데 여기는 적어도 40도는 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기자가 찾은 삼계탕집은 보양식을 즐기러 온 손님들이 시원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홀에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 이 삼계탕집의 사장은 "170석 정도 되는데 점심 한 때 만석이었다"며 "초복 때보단 덜해 오늘 400그릇 정도 나갔다"고 전했다.

 홀을 통과해 주방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니 습기가 대단했다. 주방 한 켠에 닭을 삶는 거대한 육수통과 삼계탕을 끓이는 뚝배기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삼계탕집 주방 내부 전경. 2018.07.27.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서울 서대문구 한 삼계탕집 주방에서 뚝배기들이 맹렬한 가스불에 끓고 있다. 2018.07.27. [email protected]

닭을 대량으로 삶아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대추, 깨 등을 넣어 다시 삼계탕을 끓이기 때문에 주방 내부는 좀처럼 습기가 가시지 않는다.

 윤씨는 "불 앞에 있으면 거의 숨이 막힐 정도"라며 "삼계탕 뚝배기를 가스불 위에 10개 이상 올려두고 있으면 습기가 많아 숨이 컥컥 막힌다"고 토로했다.

 내부 주방 직원들은 에어컨 없이 자그마한 탁상용 선풍기 하나로 땀을 식히고 있었다. 한 주방 직원은 "가스불이 바람 때문에 꺼지거나 불 방향이 달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선풍기도 세게 틀어놓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안 그래도 더운데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앞치마까지 착용했다. 직원 장모(60)씨는 "삼계탕에 이물질이 떨어질까봐 목에 두건을 착용했다"면서 "덥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삼계탕집 주방 안에서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07.27.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삼계탕집 주방 안에서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8.07.27. [email protected]

◇'고온·건식 사우나' 대장간 "화덕 안 2500도, 바로 앞은 100도"

 형제대장간에서 일하는 류상남(61)씨는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거의 매일 쇠를 두드린다. 상남씨는 "셔츠 주머니에 라이터를 넣고 화덕 앞에 가까이 가면 뜨거워서 터져버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형제대장간엔 대장장이 3명이 일하고 있다. 형 상준씨, 동생 상남씨 그리고 견습생 박한준(31)씨다.

 상준씨는 52년째 대장장이 일을 해온 베테랑이다. 1996년 상남씨도 대장간 일을 시작하면서 '형제대장간'이라는 이름으로 문패를 내걸었다. 이후 2015년 대장간은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

 평소 대장간에서 이들은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 3대를 틀어놓고 쉴새없이 쇠를 두들긴다. 상준씨는 "작업하다보면 가스, 연기가 많이 나오니까 문을 열고 해야 한다"며 "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형제대장간에서 파는 물건은 부엌칼부터 아파트 건설현장에 쓰이는 자재까지 다양하다. 낫이나 호미와 같은 농기구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불볕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서울 은평구 형제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2018.07.27. hwahwa@newsis.com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불볕 더위 속에 서울 은평구 형제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2018.07.27. [email protected]

이들은 반팔에 긴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상준씨는 "불덩이가 아래로 떨어져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팔목으로는 쇠가 튀지 않냐고 묻자 "튀기도 하지만 너무 더워서 긴팔은 힘들다"며 "그건 그냥 내가 감수해야지"라고 했다.
 
 50년 넘게 대장장이 일을 해오면서 알게 된 더위 해소법이 있는지 묻자 상준씨는 "바쁘게 망치질하다 보면 무더위도 잊혀진다"면서 "그게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비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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