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눈감은 양육시설…폭언·학대로 상처 입은 청소년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원장의 폭언과 학대 행위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어요. 이제는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광주 모 아동 양육·복지시설에 거주했거나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고아인 A(19·여)씨는 5살 때인 2004년 이 시설에 들어왔다.
A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초코바를 몰래 먹다 들켰다"는 이유로 복지사로부터 '하루 종일 초코바를 먹으라'는 학대 행위를 당했다.
어릴 적 상처를 잊을 순 없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호텔 직원·사업가로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 꿈도 잠시였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임한 새 원장이 온 뒤로 지옥 같은 일상을 겪었다. A씨는 '생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원장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사소한 잘못에도 원장실에 불려갔다. 생활지도원·자립전담요원 등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당했다. 폭언과 욕설도 난무했다.
작은 눈이 콤플렉스였던 A씨는 2016년 1월 몰래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시설로 돌아오자마자 원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원장은 곧장 생활지도원들에게 경위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A씨의 잘못한 점을 부각시켜라"며 자신이 원할 때까지 수차례 다시 써올 것을 강요했다.
대책 회의에 고등학생이었던 A씨를 참여시킨 뒤 모욕했다. A씨는 "정신병원에 끌려 갈래? 여기서 나갈래?"라는 원장의 추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운영위원장과 생활지도원이 말렸지만, A씨는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봉고차 뒷좌석에 실려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병원 의사는 "허락받지 않고 쌍꺼풀 수술을 한 게 정신병원 입원 사유가 되느냐"고 화를 냈다.
원장은 동행한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회유했다. A씨에게는 "'(자신이)한 번만 봐달라'고 했으니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뒤 다른 아동들 앞에서 반성문을 읽으라고 강요했다.
현재 시설을 떠난 B(20·여)씨와 C(19·여)씨도 '외박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심지어 범죄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던 사례를 원장에게 말하자 "여성으로서 처신이 부적절했기 때문이라며 혀를 찼다"라고도 증언했다.
이들은 "원장은 자립에 도움을 준 적이 없다. 원장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그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존중받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봉고차나 정신병원 차량만 보면 주저앉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원장은 잦은 경찰 신고, 곳곳에 설치된 CCTV 감시, 출입 통제(오후 11시~오전 6시), 강제 퇴소 등 각종 협박성 발언 등으로 통제를 강화해왔다"고도 했다.
원장의 행위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보복 뿐이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원장은 최근 인권위 조사에서 "자립해서 나가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내겠다" "여기서 나가면 누가 봐줄 사람이 있는 줄 알아?" "말 안 들으면 용돈을 깎는다" "더 살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등의 인권침해성 발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원장이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 심했고, 시설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도 전했다.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생활지도원에게 지적장애 아동을 강제로 배정하고, 주말 휴가를 제한하거나 휴가 도중 복귀를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아동들이 보는 앞에서 '생필품을 많이 썼다'며 욕설을 일삼고, 부당한 처사로 산업재해를 받은 지도원에게 일을 더 시키는 행위도 반복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고 시설 원장에게 수차례 전화·문자를 했으나 원장은 회신하지 않았다.
한편 이 시설은 사회복지법인 광주 YWCA가 운영하고 있다. 신체·정신·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부모가 없는 아동(0~18세 여자 아동)의 자립을 돕기 위해 1952년 7월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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