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관, 원세훈 원장께 특활비 잘 쓰겠다 전해달라 해"
신승균 국정원 전 실장 법정 나와 증언해
"청와대서 소송비 지원 필요하다해 전달"
국정원, 인니 특사단 사건 축소 시도 정황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우편향 안보교육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3. [email protected]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원세훈(68) 전 국정원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검찰이 '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김 전 비서관에게 금전 지원 요구받은 사실이 있나'고 묻자 신 전 실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 전 비서관이 특활비를 받으면서 원장님께 잘 쓰겠다고 전해달라 했나'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신 전 실장은 특활비를 요청받은 상황에 대해 "시기는 정확히 기억을 못 하지만 전화가 와서 그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된 총리실 공무원 사찰 관련 소송비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다"며 "저는 권한도 없고 돈도 없다고 하니 그러면 상부에 보고해 지원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상부에 보고했고 며칠 후에 국정원 예산관이 저한테 봉투로 싼 서류를 가져다줬다"면서 "액수를 확인하지 못하고 김 전 비서관과 통화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당시에 총리실에서 재판받고 있는 직원이 3~4명 정도됐고, 그 사람들의 변호사 비용만해도 1인당 몇천만원 들어간다 이런 이야기한 걸로 어렴풋이 기억난다"며 "저는 당시 소송 걸린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원해주려는 것으로 인식해 정확하지는 않지만 2억원 전후로 요청받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과거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국정원 직원이 침입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국정원이 숙소 관계자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사건은 지난 2011년 2월16일 국정원 직원 3명이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고자 특사단이 머무는 호텔에 침입했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 사건 등으로 국정원에 대한 비난 여론과 원 전 원장에 대한 경질 압박이 커지자 청와대의 특활비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공개한 당시 숙소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직원의 요청을 받아 이들이 숙소에 침입할 수 있게 해줬다'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국정원에서 잠잠해질 때까지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10년 6월과 2011년 9~10월 이명박(78)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 2억원 및 현금 10만달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1년 6~9월께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4)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도 국정원 예산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4월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과 신 전 실장 등에게서 '김 전 비서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으로 기소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을 입막음할 용도로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한다'는 보고를 받고 예산 50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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