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세입자 다 국민인데 왜 차별하나"
재건축 지역 세입자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개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 세입자는 주거이전 대책 없어
임대주택 공급 등 재건축 세입자 지원 요구 목소리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현장 인근에서 엄수된 고 박준경씨의 영결식에서 한 시민이 분향하고있다. 강제철거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준경씨의 영결식은 철거민 측과 재개발 조합이 수습대책 등에 합의하면서 40일만에 치러지게 됐다. 2019.01.12.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DB)
서울시의회와 참여연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일 오후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재건축 지역 세입자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재건축 세입자 이주 문제를 다뤘다.
토론회에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보상대책 차이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재개발사업의 경우 세입자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거나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이 제공되는 반면 재건축사업은 세입자 이전·보상 대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재건축사업으로 휴업·폐업하거나 주거이전을 하게 되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준경씨 같은 취약계층은 이주대책 없이 쫓겨난 뒤 머물 곳을 찾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고혜란 방배5구역 주거세입자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재개발지역에 사는 세입자나 재건축지역에 사는 세입자 모두 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인데 왜 차별을 하는 것이냐"며 "주민 생존권과 생계 위협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건설업체와 가옥주들의 이익을 창출하고 정부 행정의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편법행정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방배5 주택재건축 사업개요. 2019.02.20. (사진= 서울시의회 제공)
각 분야 전문가들도 이날 토론회에서 재건축 세입자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과거 '우장창창'이나 '궁중족발' 사례처럼 건물주가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기한 전 퇴거명령을 했을 때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난해에는 마포구 아현2 재건축구역 철거 세입자가 투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재개발과 재건축은 정비기반시설이 불량하냐, 양호하냐에 따른 구별로 세입자의 보호 여부와 필연적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며 "따라서 재건축 구역 내 세입자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고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 심리를 하고 있다"며 "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임차인의 영업 손실을 사업 시행자가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재건축 시 우선입주권·퇴거보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서울시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등에 관한 조례 제8조와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 제30조 제2항을 개정해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 저소득 세입자로서 일정한 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가구들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자격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세입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수립 없이 축출하는 기존의 방식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사망사건에 이르렀고 이제 곧 3월부터 서울시 다수의 재건축 지역에서 강제철거로 인한 갈등이 예고돼있어 또 다른 비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재건축사업으로 밀려나는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도시외곽으로 밀려나지 않고 기존 생활권 안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주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사적 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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