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단체 "투신 박준경 살려내라…죽기 각오하고 투쟁"
극단적 선택한 아현2구역 30대 철거민
마포구청앞에서 추모 및 투쟁대회 개최
"강제철거, 살인개발이 박준경 죽였다"
모친 "제2, 제3의 희생자 없도록 해야"
책임자 처벌 및 철거민 대책 마련 촉구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마포구청앞에 설치된 박준경씨의 분향소. 재개발 지역인 아현2구역에 살던 박씨는 지난 3일 한강변에 투신해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8.12.12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 모인 철거민 500여명은 입을 모아 "박준경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박준경(37)씨는 지난 4일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아현2구역 철거민이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26일 최초 강제집행 이후 9월6일 강제집행으로 거주할 곳을 잃고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또 한 번의 강제집행으로 기거하던 공간마저 잃게 되자 이달 3일 한강에 투신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씨는 유서를 통해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라며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 하며 갈 곳도 없다. 3일 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단체들은 '고(故) 박준경 열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날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마포구청장의 공식 사과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마포구청 앞에는 박씨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도 설치됐다.
이들은 ▲재개발·재건축 전면 재검토 및 재건축 대책 마련 등 제도개선 ▲아현2구역 모든 공사 일체 전면 중단 ▲대책없는 강제처벌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과 ▲유가족 및 아현2구역 철거민 주거대책 마련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사망한 철거민 박준경씨의 어머니가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열린 1차 추모 및 투쟁대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8.12.12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은 "개발을 하면 인근 지역의 전월세가 폭등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마포구청은 법타령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에서 키우던 개를 떄리고 내쫓아도 처벌을 받는다"며 "사람을 폭력으로 내쫓기 위해 몽둥이를 든 재건축 조합과, 그 몽둥이로 무엇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저 공무원들을 처벌하고 조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아현 재건축 조합은 올 여름부터 24차례, 시도 때도 없이 새벽에도 밤 늦게도 용역깡패를 대동해 단 한 번의 협상 시도도 없이 강제집행을 실시했다"며 "관리감독과 허가권을 갖고 있는 마포구청이 수수방관해 오늘의 이 사태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쩌다 철거민이 된 것이지 여러분의 이웃이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가족일 수도 있다"며 "오늘 이시간 이후 박준경 열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엄중한 처벌, 분명한 사후대책이 없다면 분향소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단체들은 '고(故) 박준경 열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마포구청장의 공식 사과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18.12.12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재건축 사업에 착수한 지역이다.
일부 철거민들이 지난달 마포대교에서 너무 낮은 토지 감정평가액을 문제 삼으며 투신하겠다고 시위를 벌여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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