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정상회담 임박' 하노이 김정은 숙소·회담장 후보지 일제히 보안 강화(종합)
메리어트·멜리아·메트로폴 모두 보안검색대 설치 완료
멜리아, 전례없는 삼엄한 보안 태세…취재기자들 진입 불허
공안 인사, 취재진에 "남한과 북한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北숙소 영빈관, 차량·내부시설 폭발물 탐지 작업 벌이기도
【하노이(베트남)=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호텔 앞에서 25일 오전(현지시각) 무장을 한 베트남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19.02.25. [email protected]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확실시되고 있는 하노이 멜리아호텔은 이날 오전부터 전례 없는 삼엄한 보안 태세에 들어섰다. 이날 오전 멜리아호텔 인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숙소로 확실시되는 JW메리어트호텔에 설치된 것과 같은 펜스가 인근에 둘러쳐져 있었다. 아울러 호텔 진입로와 인근 도로에는 전날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베트남 공안 관계자들과 베트남 기동경찰대가 배치됐다. 이들 중 상당수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북한 경호팀 100여명이 호텔에 입성한 24일엔 낮에만 잠시 보안이 강화됐다가 저녁이 되면서 느슨해졌지만, 이날은 오전부터 호텔 직원들과 공안요원들이 한층 강한 경계심을 내보였다. 이들은 카메라를 든 취재기자들의 호텔 진입을 불허했으며, 호텔 내에서의 촬영도 엄격하게 통제했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로비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사진을 찍으면 퇴장시킨다는 주의를 주기도 했다.
베트남 공안에서 호텔에 파견된 인사가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호텔 로비 카페를 이용하는 기자들에게 다가와 프레스카드와 취재비자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 호텔 직원은 취재진이 다가가 상황을 묻자 "보안정책 때문에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시간 기준 오전 9시를 넘기자 로비에 어수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날 입성한 북한 경호팀 중 호텔 로비와 진입로를 체크한 1인을 포함한 5명가량의 북한 경호팀이 로비 입구에 서서 잠시 대기하다 로비 한쪽에 모여 호텔 직원들과 무언가를 분주하게 의논했다.
이후 오전 9시20분께부터 베트남 공안 인사와 호텔 관계자들은 "상부 지시"라며 메뉴를 주문하고 호텔 로비 카페를 이용하던 취재진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투숙객 명부를 들고 와 이용자가 호텔 투숙객인지를 확인했다.
호텔 관계자는 불과 30분~1시간여 전까지 카페 이용을 허가하다 갑자기 투숙객 외에는 내보내는 이유에 대해 "보안정책(security policy)"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베트남 공안 관계자는 퇴장을 거부할 경우 여권을 압수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 공안 관계자는 갑자기 취재진을 내보내는 이유에 대해 묻자 "남한과 북한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make peace for north korea and south korea)"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가 "북한에서 오는 미스터 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때문인가"라고 되묻자 그는 웃으며 "나는 한 번도 김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이제 보게 되는가"라고 묻자 "여기는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만 했다.
호텔 진입로를 지키던 또 다른 공안 관계자 역시 호텔 외부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전날엔 사진촬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하자 "오늘은 안 된다"고 했고, 그 이유를 묻자 "버스 방향(bus direction)", "보안정책"이라고 답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오후 또다시 멜리아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입국이 26일 오전으로 임박한 상황에서 숙소를 최종 점검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그전엔 없었던 보안검색대도 이날 오후 멜리아호텔에 설치됐다. 오후 8시께 다시 찾은 멜리아호텔 로비에선 국방색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순찰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호텔 직원들은 여전히 숙박객이 아닌 사람은 호텔 외부로 내보냈으며, 호텔 외부 공안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호텔 건너편 폴리스라인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호텔 앞에서 25일 오전(현지시각) 무장을 한 베트남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19.02.25. [email protected]
이들은 이후 영빈관 정원과 잔디밭, 분수대, 계단, 구역 내 커피숍 내부 테이블, 화분 등 여러 장소의 세부 시설들을 모두 점검했다. 화분 표면에 달라붙은 흙을 채취해 전문 기계를 이용해 검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30분이 넘도록 영빈관 시설과 잔디밭, 화분 등을 훑으며 세심한 탐지작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경보음이 짧게 끊어지는 지점은 한 번 훑고 지나쳤지만, 경보음이 길게 이어지면 다시 한 번 검사를 진행했다.
보안검색을 마친 영빈관 숙소 건물은 일반인이 산책 가능한 곳이지만, 이날은 사복 경찰로 보이는 한 무리의 베트남 사람들이 건물 내외를 오가거나 두어 명씩 짝을 지어 건물 앞으로 다가가는 기자들을 저지하기도 했다.
회담장 유력 후보지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도 이날 밤 오후 8시께 보안검색대가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로써 JW메리어트 호텔과 멜리아호텔, 메트로폴호텔 세 곳 모두에 보안검색대가 설치됐다.
아울러 메트로폴호텔 입구에는 총을 든 베트남 기동경찰대원들이 각각 2명씩 짝지어 양쪽에 선 채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인근 도로 한쪽에는 JW메리어트 호텔과 멜리아호텔 인근 도로에 설치된 것과 같은 통행 차단용 펜스 한 묶음이 놓였다.
기자가 로비 내 식당 이용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메트로폴호텔 측은 내부 식당 대신 외부 식당으로 안내했으며, 식당 입장 역시 로비와 이어지는 통로를 이용하는 대신 바깥으로 나가 돌아가야 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50분께 미국 측 언론인들로 추정되는 집단이 방송용 카메라 등을 소지하고 멜리아호텔로 들어섰다. 미국 측은 예정대로 호텔 내에 미 프레스센터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 미 언론인들이 한곳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8시55분께는 북한 기자들이 호텔을 나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6일 오전 랑선성 동당역을 통해 베트남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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