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동상·도로·묘역…'일제 흔적' 일상 속에 남아있다
'친일 잔재' 학교, 도로명 등 사회 곳곳에
오랜 시간, 형태 다양…완벽 청산 어려워
"청산도 중요하나 가치관 정립 더 중요"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성북근청 인근 도로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도로명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성북구는 친일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인촌로' 도로명판을 '고려대로'로 교체했다. 2019.02.27. [email protected]
이같은 현실은 역사적으로 제대로 된 친일 잔재 청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시간이 많이 흘러 완벽한 청산이 쉽지 않은 만큼 사과와 성찰 등 가치관 정립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들은 최근까지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서울 지역 학교 내 친일잔재 조사결과가 그런 사례다.
조사에 따르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가 작사 혹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서울 내 학교는 초등학교 18개교, 공립중학교 10개교, 사립중학교와 고등학교 85개교 등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의 동상 등 기념물이 있는 학교도 여전하다.
국민총력동원조선연맹 이사, 조선방송협회 평의원 등 친일단체 간부를 역임하며 학병 독려 강연을 했던 인촌 김성수는 고려대와 중앙고에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인촌기념관' 등 건물 이름까지 명명돼 있다.
이에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1626개 인촌로 안내 시설물을 철거한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1626번째 인촌로 도로명판을 내리고 고려대로로 교체하기도 했다.
인촌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폭 25m, 길이약 1.2㎞)이다. 인촌로는 연결도로(인촌로1길 등) 27개 도로명으로도 쓰이고 있다.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었다.
그 외에도 지난달 25일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민중당 대전시당이 대전 현충원 내 친일반민족행위자 묘역이 총 28곳이나 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선포 및 친일청산,평화번영 울산지역 31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2.12. [email protected].
1948년 정부 수립 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친일파들의 정치자금을 받으며 이 법의 작동을 다양한 핑계로 피해갔다.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만주군관학교을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일회담을 성사시켜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했기 때문에 친일 잔재 청산 문제를 외면했다.
그 외에도 친일 잔재 미청산 이유는 ▲미군정의 친일파 관료 재등용 ▲분단으로 인한 반민법 시행 동력 약화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생활 속에 녹아든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이 쉽지 않은 만큼 가치관 정립 등 '역사적 청산'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활동 등 오랜 시간 친일 잔재 청산 운동을 해온 한 전문가는 "고통스러운 것이긴 한데, 일제시기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외형적으로 건물을 없앤다든지 하는 청산보다 가치관 정리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망언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도 망언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라면서 "한국사회가 과거 친일행위 자체를 고칠 수 없다면 그것을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