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교가·동상·도로·묘역…'일제 흔적' 일상 속에 남아있다

등록 2019.03.01 05: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친일 잔재' 학교, 도로명 등 사회 곳곳에

오랜 시간, 형태 다양…완벽 청산 어려워

"청산도 중요하나 가치관 정립 더 중요"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성북근청 인근 도로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도로명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성북구는 친일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인촌로' 도로명판을 '고려대로'로 교체했다. 2019.02.2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성북근청 인근 도로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도로명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성북구는 친일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인촌로' 도로명판을 '고려대로'로 교체했다. 2019.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1일로 3·1운동 100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들이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친일 인사들은 대부분 사망했지만, 그들의 잔재는 다양한 형태로 녹아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역사적으로 제대로 된 친일 잔재 청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시간이 많이 흘러 완벽한 청산이 쉽지 않은 만큼 사과와 성찰 등 가치관 정립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들은 최근까지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서울 지역 학교 내 친일잔재 조사결과가 그런 사례다.

조사에 따르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가 작사 혹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서울 내 학교는 초등학교 18개교, 공립중학교 10개교, 사립중학교와 고등학교 85개교 등이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의 동상 등 기념물이 있는 학교도 여전하다.

국민총력동원조선연맹 이사, 조선방송협회 평의원 등 친일단체 간부를 역임하며 학병 독려 강연을 했던 인촌 김성수는 고려대와 중앙고에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인촌기념관' 등 건물 이름까지 명명돼 있다.

이에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1626개 인촌로 안내 시설물을 철거한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1626번째 인촌로 도로명판을 내리고 고려대로로 교체하기도 했다.

인촌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폭 25m, 길이약 1.2㎞)이다. 인촌로는 연결도로(인촌로1길 등) 27개 도로명으로도 쓰이고 있다.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었다.

그 외에도 지난달 25일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민중당 대전시당이 대전 현충원 내 친일반민족행위자 묘역이 총 28곳이나 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선포 및 친일청산,평화번영 울산지역 31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2.12.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선포 및 친일청산,평화번영 울산지역 31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2.12.  [email protected].

친일 잔재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등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청산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친일파들의 정치자금을 받으며 이 법의 작동을 다양한 핑계로 피해갔다.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만주군관학교을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일회담을 성사시켜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했기 때문에 친일 잔재 청산 문제를 외면했다.

그 외에도 친일 잔재 미청산 이유는 ▲미군정의 친일파 관료 재등용 ▲분단으로 인한 반민법 시행 동력 약화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생활 속에 녹아든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이 쉽지 않은 만큼 가치관 정립 등 '역사적 청산'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활동 등 오랜 시간 친일 잔재 청산 운동을 해온 한 전문가는 "고통스러운 것이긴 한데, 일제시기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외형적으로 건물을 없앤다든지 하는 청산보다 가치관 정리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망언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도 망언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라면서 "한국사회가 과거 친일행위 자체를 고칠 수 없다면 그것을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