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꿈나무' 울린 기획사…15명에게 5억 뜯었다
"유명 작품 캐스팅 됐으니 오디션 보러오라"
업계 도는 아역배우 지망생 DB 무작위 전화
"다 좋은데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수업 듣게
"실력 키우면 전속계약 하자"고 가계약 유도
【서울=뉴시스】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내부. 2019.05.06(제공=서울 방배경찰서)
서울 방배경찰서는 아역배우 전문 기획사라고 홍보한 뒤 가전속 계약을 유도해 아역배우 지망생 15명의 부모에게 등록비 수백만원, 교습비 수천만원 등을 요구한 A(48)씨와 B(48)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17일 검찰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가전속 계약을 맺으면 영화·드라마·광고에 출연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계약금/교습비 명목으로 최소 297만원에서 최대 7053만원의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교습학원 겸 매니지먼트사로 인가를 내고 이같은 일을 벌였다. 업계에서 돌고 있는 아역배우 지망생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구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광고·드라마·영화에 캐스팅 됐으니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부모들을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식적인 오디션을 본 뒤에는 "끼도 있고, 인물도 괜찮고, 노래도 잘 하는데 연기가 좀 부족하니 연기 수업을 받으면 약속된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겠다"는 식으로 말해 시간당 24만원 상당의 수업을 듣게 했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연기학원 교습비는 시간당 최대 1만5900원, 월 21시간 기준 33만3900원으로 정해져 있다. 정부가 마련한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매니지먼트사가 아티스트의 연예활동에 필요한 능력의 습득 및 향상에 필요한 교육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들은 또 3000여만원의 계약금을 요구하면서 가전속 계약을 유도하기도 했다. 가전속 계약을 하고 교습을 받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추면 전속계약을 하자는 식으로 계약금과 교습비를 모두 받아내기 위한 수법으로 파악됐다.
형편이 여유롭지 않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에게는 "10분의 1 가격으로 해 주겠으니 절대 다른 부모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 금액을 깎아주면서 등록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고액의 교습비와 가전속 계약금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작품에 출연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피해자 중 드라마·영화에 단역을 출연한 경우도 있는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그러나 유명 드라마 감독 등의 이름을 대고 캐스팅이 완료됐다는 말로 고액의 계약금·교습비를 가로챈 뒤 단역으로 출연하게 한 것 역시 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들이 받아낸 금액이 대부분 B씨의 사업 자금이나 채무 변제에 쓰인 기록으로 미루어 정상적인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문제가 생기면 폐업을 하고 또 새로운 이름으로 유사한 회사를 세우는 것을 반복했다. 피해 부모 개개인이 이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한 건도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교습비 문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피해 부모가 고소를 하면서 "이 사람들이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처럼 혼자 싸우다 보니 피해자가 계속 지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한 명의 피해자만 있었다면 이렇게 수사가 확대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가 부모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오디션을 보러 온 아역배우에게 가전속 계약 및 등록비를 요구하거나 오디션 이후 트레이닝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학원형 매니지먼트사의 대표적인 불법 영업 형태"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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